영국 대법원은 16일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제정된 대테러법에 근거해 재판이나 영장없이 테러용의자를 구금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결했다.
영국 최고 사법기관인 상원 법관의원 9명으로 구성된 재판부는 이날 8대1의 압도적 찬성으로 혐의사실만을 가지고 이 법을 근거로 정부가 9명의 테러 용의자들을 구금한 것은 민주적 규범이나 유럽인권협약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대테러법은 내무부가 국제테러범죄에 관련된 외국인들이 영국을 떠나지 않으려 한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기소나 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이들을 구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구금중인 용의자 9명을 즉시 석방해야 한다는 구속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데이비드 블런킷 전 내무장관이 개인적인 스캔들로 사임한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토니 블레어 총리에게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테러혐의로 구속돼 있는 9명의 이슬람인들을 석방하지 않겠다며 정면 대응 방침을 밝혔다.
신임 찰스 클라크 내무장관은 “법률 개정 여부 및 개정 방향에 대한 권한은 궁극적으로 의회의 소관”이라며 “따라서 나는 우리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믿는 용의자들을 석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2001년 제정된 ‘대테러, 범죄 안보법’에 근거한 테러용의자 구금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밝힌 만큼 정부는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