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거리를 밝히는 가로등,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눈부신 불빛을 토해내는 고층 빌딩 숲의 수많은 창문들, 유흥가의 휘황찬란한 간판과 사인보드, 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차의 전조등.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대낮처럼 밝은’ 그 불빛 때문에 더 이상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러나 그 불빛이 우리를 병들게 한다는 사실까지는 잘 모르고 있다.
미국 코네티컷 대학의 병리학자인 리처드 스티븐스 박사는 도심의 불빛이 유방암 발병률을 크게 높인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간호사처럼 밤에 일을 하는 직업군에서 유방암 발병률이 현저히 높게 나타나는 반면 시각 장애 여성들의 유방암 발병률은 50%나 더 낮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3년 동안 1주일에 한 번씩 철야 근무를 하는 수준으로도 유방암 발병률이 60%나 증가했으며, 밝은 침실에서 잠을 자는 경우에도 발병률이 높아졌다”라고 그는 말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스티븐스 박사는 ‘낮 같은 밤’이 멜라토닌 호르몬이 정상으로 생성되는 것을 가로막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밤과 낮의 길이나 계절에 따른 일조 시간 변화 등 광주기를 감지해 생체 리듬에 관여하는 멜라토닌은 이미 여러 실험을 통해 유방암 세포의 증식을 자극하는 에스트로젠을 억제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멜라토닌은 또한 노화 및 불면증을 방지하고, 오랜 비행에 따른 제트 래그(jet lag)를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다.
문제는 이 호르몬이 눈의 망막으로부터 ‘밤이다’라는 신호를 받아야만 분비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경우 오전 1, 2시 사이에 절정을 이룬 뒤 날이 밝으면서 분비가 중단된다. ‘호르몬의 드라큘라’라는 별명에 꼭 맞는 활동 방식이다. 그러나 밝은 불빛으로 낮과 밤 구별이 모호해지면서 멜라토닌 리듬이 교란되고 그것이 오래 지속되면서 만성 피로, 우울증, 심지어는 암을 유발하게 된다.
천문학자들의 우려를 제외한다면, 도심의 불빛은 최근까지도 ‘공해’라는 개념과 무관했다. 다분히 인문학적 한탄의 대상에 머물렀을 따름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신과 영웅에 대한 전설의 소재를 제공했던 그 별들이,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던 그 밤하늘이, 도심의 불빛 때문에 사라졌다는 식의 개탄이었다.
이탈리아 파두아 대학의 천문학자 피에란토니오 친자노 박사가 주도해 제작한 ‘지구의 밤’ 지도도 마찬가지다. 언뜻 보기에 지구의 밤 풍경은 퍽 낭만적으로 비친다. 그러나 이 지도가 드러내는 실상은 생각만큼 인문학적이지 않다. 친자노 박사는 “인류가 얼마나 심각하게 스스로를 ‘빛의 안개’ 속에 가두고 있는가를 이 지도가 잘 보여준다”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의 거의 3분의 2가 불빛으로 오염된 밤하늘 아래에서 살아간다. 유럽연합 나라들과 미국의 경우 대다수 인구가 이에 해당하며, 캐나다의 경우도 97%에 이른다. 인구 밀도가 특히 높은 몇몇 나라의 도시들에서는 사실상 밤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공위성으로 찍어 합성한 ‘지구의 밤’ 지도에 따르면 북아메리카 동부 지역, 서유럽, 일본 그리고 남한 등이 밤을 잃어버린 곳들이다.
그 결과, 오염되지 않은 곳에서라면 3천5백여 개에 이르는 항성과 행성, 은하수 등을 드러내는 하늘이, 토론토나 몬트리올 같은 대도시에서는 기껏해야 50여 개의 별밖에 보여주지 못한다. 캐나다인들의 77%는 밤에 은하수를 볼 수 없다. 그뿐이 아니다. 도시 사람들은 ‘밤눈’마저 잃어버렸다. 친자노 박사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의 10분의 1 정도가 더 이상 어둠 속에서 물건을 분간하지 못한다. 캐나다의 경우 전체 인구의 반이 넘는 59%가 이에 해당한다. 도심의 불빛이 낳은 일종의 후천적 야맹증인 셈이다.
서식지 잃어가는
야생 동물들 더 큰 피해
그러나 더욱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야생 동물들이다. 하늘 높이 치솟은 고층 빌딩의 불빛은 철새들을 교란한다. 전세계에서 수백만 마리의 철새가 밤을 밝힌 빌딩과 충돌해 죽어간다. 마천루가 그리 많지 않은 토론토에서만도 해마다 3천여 마리가 빌딩과 충돌해 죽거나 다친다. 그런가 하면 수많은 바다거북 새끼들이 해안을 따라 서 있는 가로등과 건물의 불빛에 교란되어 비운을 맞이한다. 알에서 갓 깨어난 새끼 바다거북들은 불빛에 이끌려 바다와 반대 방향으로 나가다 차에 치여 죽거나, 방향을 잡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해변을 빙빙 돈다. 이윽고 날이 밝아 갈 방향을 찾는다 해도, 이미 기진맥진한 이들에게는 돌아갈 힘이 없다. 뜨거운 햇빛에 말라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마뱀·개구리·나방 등 ‘불빛 공해’의 희생양이 된 야생 동물은 점점 더 늘고 있다.
생물학자들은 불빛 공해가 야생 동물에게 서식지 파괴와 동일한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한다. 수많은 인위적 ‘개발’이 서식지를 파괴하는 것처럼, 밤에도 낮처럼 휘황한 불빛이 해당 서식지를 더 이상 서식할 수 없는 곳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불빛 공해의 위험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그에 따른 방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캐나다의 온타리오 주 정부는 지난해 어떤 인위적 불빛의 방해도 받지 않고 천연의 밤하늘을 볼 수 있도록 토론토 시 북쪽에 공원을 조성해 ‘무공해 밤하늘 보전 지역’으로 선정했다. 이 부문에서는 ‘세계 최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국제 밤하늘 연합’ (IDA)이라는 민간 단체는 불빛 공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도시 계획을 바꾸자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 단체에 따르면, 도시의 잘못된 조명 계획 때문에 미국에서만 연간 10억 달러 상당의 전기가 낭비되고 있다.
밤하늘에 인위적 조명을 쏘지 못하도록 아예 법으로 규정한 도시도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BC)주의 랭글리시 위원회는 밤마다 서치라이트를 밝혀온 한 대형 영화관 체인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을 받아들여 밤 동안의 조명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기 시작했다.
“불빛 공해는 우리를 가까운 자연 환경과 떼어 놓았다”라고 국제밤하늘연합 데이브 크로퍼드 대표는 말한다. “다른 문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풀기 쉬운 불빛 공해를 하루빨리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밤하늘을, 더 나아가 지구를 잃게 될 것이다.”
시사저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