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승용차의 전면 허용으로 가장 이익을 보는 곳은 어디일까. 현대·기아차가 많은 이득을 누릴 것은 당연한 일(GM 대우나 르노 삼성은 아직 디젤 승용차를 생산하지 않고 있어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보다 더 실속을 챙기는 곳은 보쉬 등 유럽의 부품업체일 것이다. 보쉬가 커먼레일 시스템 등 디젤 엔진의 핵심 부품을 현대·기아차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 ‘재주’는 현대·기아차가 넘고, ‘돈’은 유럽 업체가 벌어들인다는 얘기다.
유럽은 디젤 엔진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유럽연합(EU)이 한국과 일본의 유럽 수출용 자동차에 대해 CO2 배출량을 감축하도록 요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 CO2 감축을 위해서는 연료 경제성이 뛰어난 디젤 승용차 개발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EU가 환경 규제를 교역의 무기로 활용했다고 할 수 있다. CO2는 인체에 직접적으로 유해하지는 않지만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2000년 4월 EU측과의 협상 끝에 2009년까지 주행거리 1km당 한국산 자동차의 평균 CO2 배출량을 140g으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또 2004년까지는 165~170 g/km으로 줄이기로 했다. 현대·기아차가 디젤 엔진을 개발했던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었고, 디젤 승용차 엔진 공장 투자비 회수를 위해 국내 시장 공략까지 노려왔던 것. 한 전문가는 “자동차 연료 소비를 줄이는 기술에는 이외에도 차량 중량 저감, 변속기 개선, 마찰 저감 등 여러 가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자동차 업체가 디젤 승용차에만 매달리는 것은 국내 자동차 업체의 기술적 취약성을 스스로 드러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한국산 자동차의 CO2 배출량은 여전히 많은 상태.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주행거리 1km당 평균 186g이었다. 그 전해의 191g에 비해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일본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친다. 일본은 유럽 승용차 수출 물량이 우리의 3배 수준인 연간 120만대 정도지만 지난해 평균 CO2 배출량이 179g이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2004년 목표는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2009년 목표”라면서 “무공해 차 개발 등을 통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간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