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무상의료제도를 도입한 영국 정부가 만성적인 수술 대기환자 적체난을 해소하기 위해 간호사 등 수술 조무인력을 일정기간 교육한 뒤 수술에 투입하려는 계획을 세운 데 대해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7일 보도했다.
영국 정부 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된 국민보건서비스(NHS) 혁신 계획은 간호사·물리치료사·수술보조요원들이 2년 동안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헤르니아(탈장 등) 치료, 정관절제 관절경 검사 등 여러가지 기초적인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들 요원은 앞으로 10년 동안 4000~5000명 정도 선발될 예정이며, 교육을 받은 뒤 개업의의 수술을 돕거나 혼자 수술할 수 있다.
노동당 정부는 2008년까지 1차 진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뒤 18주 이상 대기하는 환자를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를 이행하기에는 지금의 수술 가능 인력이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고 판단되자 이런 계획을 세운 것이다. 지난주 공개된 통계를 보면, 지난 6년간 병원 대기환자는 35%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으나 지난 10월 말 현재 여전히 85만7200명의 환자가 수술을 기다리고 있고, 이 가운데 6만9천여명은 6개월 이상 대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계획에 대해 영국의학협회 폴 밀러 회장은 “관계장관들이 수술 가능 인력을 늘인다는 명목으로 환자들의 안전을 희생시키고 국민들을 오도하고 있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민들은 한 사람의 집도의를 수련시키는 데 15~20년이 걸린다는 점과 누가 수술하려 하는지를 알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정형외과 수련의협의의 매튜 프로이드만도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선 앞뒤가 바뀐 정책이며, 병원 경영자들만 좋아할 정책”이라며 “정부가 공개적인 협의 없이 몰래 정책을 시행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사회주의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영국은 1911부터 시행되던 국민건강보험제도를 개선해 1948년부터 무료의료서비스를 도입한 국민보건서비스 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로 좋은 병원과 풍부한 서비스가 대도시 근교에만 집중되는 등 평등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인구 100만명당 의사 수는 프랑스는 2700명, 독일은 3520명인데 비해 영국은 1500명 수준으로 의료인력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며, 이런 상황은 1997년 노동당 집권 이후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