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이 일종의 심리적 공황상태로 빠져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너도나도 달러를 팔려고만 하고 사려는 쪽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달러당 1000원 아래로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균형환율이 달러당 1050원 안팎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문가들은 다만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환율 하락폭을 속도조절(스무싱 오퍼레이션)하기에는 역부족인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시장에서 확산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 원-달러 환율 바닥은 어디인가?=전문가들은 대체로 환율의 단기 균형점이 달러당 1050원 안팎에서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세중 동원증권 연구원은 “실질 실효환율과 구매력 평가에 따른 적정 원-달러 환율은 대략 1000원과 1100원 사이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분석이 앞으로 환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원화의 가치는 일본 엔화와 연동해서 움직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미국의 ‘약한 달러 정책’으로 인해 엔화환율이 하락세를 계속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원화도 엔화의 영향권에서 당분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원-달러 환율의 추가적인 하락이 불가피하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머지않아 세자릿수로 내려앉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신승관 무역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상황은 일종의 공황적 심리와 투매심리가 시장을 압도하는 반면, 외환당국의 정책에 대해서는 ‘해봐야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지배하는 형국”이라며, “환율이 일시적으로 세자릿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무기력한 외환당국=외환시장이 공황적 상태로 가는 것을 막고, 환율 급락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외환당국의 속도조절 정책이 성공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외환당국은 이번 환율 하락 사태에서 이런 기능을 거의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재경부와 한은은 “내려가는 것 자체를 거스를 수는 없지만, 급락만은 막겠다”고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우리 외환당국도 이런 급락에 대해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외환당국이 아직 남아있는 1조8천억의 외환시장 안정용 국고채 발행 한도와 한은의 발권력 등을 적절히 활용해 보다 세련된 시장 조정 능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