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남미 방문은 지난 96년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만 8년만이다.
14일 오전 노대통령은 아르헨티나 정부의 공항 환영행사를 마치고 빠져나가는 순간 또다른 환영단과 접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성들, 복장을 제대로 갖춘 앳된 얼굴의 10대 사물놀이패, 태극기와 아르헨티나 국기를 쥔 양손을 하염없이 흔드는 초로의 이민 1세대 등.
1백여명의 환영인사는 지구 정반대편에서 날아온 대한항공 특별기가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나와 ‘조국의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노대통령 취임 이후 여러 지역의 해외순방지를 동행 취재해 왔지만 기자로서는 처음보는 광경이었다. 혹시 대사관에서 동원한 인파일까. 그러나 물어보기도 전에 마중나온 대사관측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러번 말려도 이곳 교민들이 한사코 북과 꽹과리까지 들고 나와 정겹게 환영합니다.” 더욱 부강한 고국, 아니 고국 그 자체가 그리운 애틋한 정서를 표시한 것이다. 이날 동포간담회의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앞서 노대통령은 중간 기착지인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교민들과 만났다. 그러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환영식을 겸한 LA동포간담회에선 다른 얘기가 들렸다.
한 교민은 “LA에 거주하는 보수적인 한인 교민 일부가 대통령 방문에 맞춰 비판시위까지 준비하려 해 총영사관이 애써 막았다”는 소문도 들려줬다. 동포 간담회장에 ‘노사모’쪽이 많이 초청됐다거나 13일 LA의 민간기구인 국제문제협의회(WAC)에서 북핵문제관련 연설을 놓고 뒤에서 술렁거림이 있었다는 얘기도 들렸다.
불과 하루 차이였지만 LA와 부에노스아이레스 두 곳 교민들의 환영 분위기는 이처럼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