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던 기생충 감염이 최근 다시 늘어나, 100명 중 8명 꼴로 기생충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대 기생충학교실 채종일 교수팀이 한국건강관리협회를 통해 지난 7월부터 네 달 동안 전국 4137명(남 2170명, 여 1967명)의 대변을 수집해 검사한 결과, 335명에서 기생충이 발견돼, 8.1%의 감염율을 보였다.
이는 정부가 직접 나서 기생충을 조사했던 지난 1997년의 감염율 2.4%에 비해 무려 3배 이상이나 높아진 것이다. 채교수는 “1990년대 후반 이후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던 기생충 감염률이 이번 조사를 통해 오히려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채교수팀의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기생충 중에서는 ‘간흡충(간디스토마)’이 259명한테서 발견돼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설사나 복통을 일으키는 흡충의 한 종류인 ‘메타고니우스’가 14명한테 발견됐다.
이밖에 편충은 10명, 대장아메바는 9명에게 발견됐으며, 대장아메바·폐디스토마 등도 나왔다. 굴에 주로 서식하는 ‘참굴큰입흡충’도 1980년대 후반 한국에서 처음 발견된 뒤 최근 서식 지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 기생충 감염률은 △경남 15.3% △광주·전남 13.9% △부산 12.3% △대전·충남 8.1% △충북 8.0% △인천 7.0% △대구6.8% △경기 5.0% △전북 4.4% △강원 3.5% △서울 2.6% △제주2.0%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이 10.4%로 여성의 4.8%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채교수는 “식생활의 변화에 따라 발견되는 기생충의 종류도 변했다”며 “회충이 1990년대 이전에 주로 발견되는 기생충이었다면 최근에는 어류 등에 주로 서식하는 흡충이 크게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채교수는 “이에 따라 기생충 감염률이 높은 지역도 산악 지역이나 평야 지대에서 강의 하류나 바다에서 가까운 지역으로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채교수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기생충에 감염되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며 “음식을 날로 먹지 않도록 하고 기생충 감염이 우려되는 참게나 민물고기 등은 탕으로 끓여 먹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