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와 영국 옥스퍼드대는 세계 명문대학을 상징한다. 하지만 하버드는 여전히 잘나가지만, 옥스퍼드는 요즘 말이 아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하버드는 어떤 이유 때문에 승승장구하는가’`라는 17일자 특집기사를 통해 옥스퍼드와 하버드의 명성과 경쟁력을 비교했다.
<FT>는 “하버드의 밤길을 걸으면 도서관에 불이 켜져 있지만, 옥스퍼드대의 밤은 식당에만 불이 켜져 있다”는 우스개 말을 소개하면서 하버드와 옥스퍼드의 차별성을 지적했다. 세계에서 가장 전통이 깊은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가 하버드대에 밀린 이유가 우선 흥미롭다.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는 평등주의와 반엘리트주의를 지향한 결과 퇴보했고, 하버드는 경쟁주의와 엘리트주의 정책을 펴면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대학이 됐다고 <FT>는 분석했다.
재정적인 독립도 경쟁력 차이를 낳았다. 재정을 정부에 의존해온 옥스퍼드는 교육의 질이 떨어진 반면 하버드는 민간단체로부터 거액의 재정 지원을 받아 경쟁력을 키운 결과다. 32만명에 이르는 동문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한몫한다. 옥스퍼드가 지고, 하버드가 뜨는 이유에는 이것뿐만 아니다. 옥스퍼드는 교육 평등주의를 내세우면서 입학생 수가 지난 1960년대에 비해 거의 10배나 늘어났다. 그러나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학생들에 대한 교육 서비스는 떨어졌다.
옥스퍼드 학생들은 이 때문에 거대한 극장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고, 심지어 강사들에게 강사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기도 한다. 반면에 하버드는 어떤가. 클린턴 행정부 당시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총장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열정으로 하버드를 세계 최고 대학으로서 명성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서머스 총장은 공개적으로 “하버드는 최고의 교수와 최고의 학생을 뽑아 치열한 경쟁을 하도록 한다”고 강조한다.
연구비 지원을 놓고 경쟁을 벌이도록 하고 있으며, 동료 교수들을 서로 평가해 성과에 따라 철저히 차별보상을 하도록 제도화했다. 하버드의 경쟁력은 학생들로부터 등록금을 과감하게 거둬들이는 데서도 나타난다. 학생들의 수강과목이 인기가 높거나 가르치는 교수의 수업 질이 뛰어나면 등록금을 다르게 받는다.
하버드의 이런 경쟁중시 제도는 영국과 미국 대학 간에 엄청난 차이를 벌여 놓았다. 매년 노벨상의 4분의 3을, 세계적으로 저널 인용이 가장 많은 곳도 미국의 차지다. 세계 대학순위에서도 하버드, 스탠퍼드, 버클리, 칼텍공대 등 톱4가 미국 대학이고,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는 각각 9위와 5위다.
70년대까지만 해도 과학 분야 노벨상에서 다섯 번째 순위였으나 지금은 열 번째에도 끼지 못한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를 합친 말인 `옥스브리지`는 하향평준화 교육을 지향하면서 경쟁을 중시하는 하버드 등 미국 대학에 완전히 밀린 꼴이 됐다고 <FT>는 지적했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