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무장단체에 납치됐던 영국인 케네스 비글리(64)가 참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영국 전역이 슬픔에 잠겼다.
비글리의 참수 사실은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었다는 ‘듀얼퍼보고서’로 인해 이라크전쟁 참전 명분을 잃은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에게 새로운 정치적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TV는 8일 비글리가 무장단체에 살해되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전달받았다며 그의 참수사실을 보도했다.
비디오 목격자들에 따르면 비글리는 오렌지색 옷을 입은 채 앉아 있었으며 그 뒤에 서있던 6명의 무장괴한 중 1명이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성명을 낭독 한 뒤 비글리를 참수했다. 이들은 아부 무사부 알자르카위가 이끄는 ‘일신교와 지하드(성전)’의 조직원으로 알려졌다.
참수소식이 전해지자 비글리의 동생 폴(49)은 “형이 납치된 뒤 3주동안 살아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렸는데 결국 살해됐다”며 비통함을 전했다. 가족들은 노모 릴리(86)가 충격을 받을까봐 비글리의 사망사실을 아직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살해된 비글리는 8년전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뒤 고통의 나날을 보내다 중동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애달프게 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8년전 당 시 17세였던 아들 폴이 자전거를 타고 은행에 저금하러 가다 유조차에 치여 숨졌다는 것. 비글리는 그 충격으로 부인과 헤어지고 오랫동안 방황하다 새 출발을 하겠다며 영국을 떠나 쿠웨이트, 오만,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국에서 석유 기술자로 일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