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법원은 8일 부모의 격렬한 반대 속에 의료진이 요청한 생후 11개월 된 조산아 ‘샬럿’의 안락사를 허용했다.
영국 런던 고등법원 마크 헤들리 판사는 이날 예정보다 3개월 일찍 태어나 심각한 건강상 문제를 앓고 있는 여아 샬럿의 생사를 둘러싼 법정 공방에서 아이의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되거나 호흡이 멈추면 그대로 사망하게 놔둬도 된다며 의료진의 손을 들어줬다.
아기의 생사가 달린 이 가슴아픈 소송에서 샬롯의 부모는 기적적 소생 가능성을 주장하며 딸을 계속 치료해야 한다고 요구해왔고, 의사들은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건 아이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만 안겨줄 뿐이라며 치료 포기를 주장해왔다.
영국 남부 포츠머스병원 의사들은 현재 샬럿의 삶의 질은 고통밖에 느낄 수 없는 가혹한 상태이고 이는 살아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샬럿이 다시 호흡을 멈추면 인공호흡을 하지 않고 숨을 거두게 허용해 달라고 지난달 법원에 요청했다.
그러나 샬럿의 부모인 대런과 더비 와이어트 부부는 샬럿이 진짜로 살아날 가망이 있다며 딸 아이의 생명 유지를 위해 의사들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반대해왔다.
헤들리 판사는 그러나 “샬럿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어떤 적극적인 치료도 본인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게 분명하다”며 “부모의 품에서 평화롭게 숨을 거두게 놔둬야 하며 고통을 줄이는 치료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와이어트 부부의 변호사인 리처스 스타인은 “와이어트 부부는 오늘 판결에 매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며 “그러나 상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샬럿은 임신 26주째에 458g의 몸무게로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나 13개월만에 체중이 5.6㎏으로 늘었으나 심장과 폐에 문제가 있어 그동안 3차례나 호흡이 멈추고 산소공급장치 속에서 생활해왔다.
이 판결로 인해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는 환자의 경우 얼마나 오랫동안 그런 상태로 치료를 해야 하는지, 이들의 안락사를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윤리 논쟁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