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공공기관 보안 `구멍` 국제망신 [영국대표 한인신문]

의사당·버킹엄궁에 시위대 난입 잇달아

영국 민주주의 상징인 의사당, 웨스트민스터가 허술한 치안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있다. 지난 15일 여우사냥 지지자 8명이 의사당에 난입한데 이어 16일에는 타블로이드 신문 <더 선(The Sun)>의 기자가 폭탄모형을 들고 웨스트민스터에 진입 한 것.
<더 선>은 호주출신의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발행하는 신문으로 하루 350만부를 판매하는 영국의 대표적인 타블로이드 신문이다.
이 신문은 3면에 항상 토플리스 여성의 전신사진을 게재, 선정적인 신문으로도 악명이 높다. 그래햄 더드맨 <더 선> 부국장은 “의사당 경비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앤소니 프란스 기자를 3주전에 웨스트민스터의 식음료부에 취직시켰다”며 프란스가 존 프레스코트 부총리의 차시중을 드는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더 선>측은 “서류를 조작해 쉽게 취직을 할 수 있었다”며 “가짜 서류로 취직한 사람들이 상당수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프란스는 20㎏짜리 플라스틱 모형포탄과 배터리, 연결선 등을 갖고 의사당에 들어갔으나 특별한 제지를 받지 않았다. 프란스는 “내가 만약 테러리스트였다면 화장실이나 식당에 폭탄을 설치, 의사당을 날려버렸을 것”이라고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전날 시위대의 의사당 내부 난입사건 이후 의사당주변 경계가 삼엄하게 펼쳐졌지만 프란스는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에서는 이번 주에만 3건의 중요시설 경비에 구멍이 났다.
지난 13일 이혼한 남성 2명이 양육권과 자녀방문권리에서 남성이 심한 차별을 겪고 있다며 배트맨 복장으로 여왕이 살고 있는 영국 버킹엄궁에 진입했으며 15일에는 여우사냥금지에 반대하는 시위대 8명이 의사당에 진입했다.
특히 웨스트민스터의 경비가 뚫린 것은 지난 1647년 찰스1세때 군중 난입사건 이후 350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피터 하인 하원의장은 “자살폭탄테러가 일어나는 요즘 이렇게 경비가 허술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더 선이 의사당의 치안 결함을 미리 경고해준 데 대해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에서 활동중인 알 카에다 하부조직이 영국 국회의사당에 대한 테러를 준비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고 피터 헤인 노동당 하원 지도자가 밝혔다.
헤인 의원은 <B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정보기관으로부터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의사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브리핑을 받았다면서 의사당 보안을 현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헤인 의원은 정보기관의 브리핑 내용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의원들은 물론이고 의사당에 근무하는 만4천명의 직원 안전을 위해 보안이 신속히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