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한테서 20억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45)씨가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자해소동’을 벌였다.
검찰은 김씨가 10일 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1015호 검사실에서 송곳으로 자신의 배를 5차례 찔렀다고 11일 밝혔다.
■ 자해, 왜?
김씨는 지난 6일 사건이 처음 알려진 뒤 조동만 전 부회장한테서 받은 20억원에 대해 1992년 대선 대선잔금 70억원을 맡긴 뒤 받은 ‘밀린 이자’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검찰은 지난 97년 ‘김현철 비자금 사건’ 수사과정에서 70억원의 권리를 포기한 사실을 근거로 김씨에게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두었지만 김씨는 “70억원을 포기하지도 않았고 각서를 쓴 일도 없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검찰은 그 각서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지하1층 문서보관소에서 각서를 찾아냈고 문제의 각서는 97년 6월3일 대검의 ‘김현철 비자금’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것으로 ‘재산권 양도각서’라는 제목으로 “본인들은 조동만씨에게 보관한 70억원에 대한 권리를 국가 또는 사회에 헌납할 것을 약정한다”는 문구가 담겨 있으며 김씨와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의 지장까지 찍혀 있는 것이었다.
검찰은 10일 오후 7시부터 이 각서를 들이밀며 김현철-김기섭-조동만의 ‘3자 대질’을 시작했다. 그러나 김씨는 “필체는 내 것이 맞지만, 쓴 기억이 없다”며 여전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서의 존재를 줄곧 부정하며 70억원에 대한 소유권을 집요하게 주장했던 김현철씨.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인 ‘70억 권리 포기각서’가 나타나고 7년 만에 ‘영어의 몸’이 된다는 현실에 절망감을 느낀 김씨가 ‘자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