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누구를 만날 일이 있어서 뉴몰든 부근에 있는 어느 펍(Pub)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고등학교 1,2학년쯤 되어 보이는 한국 청소년들이 여럿 모여서 대낮인데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없이 아주 당당하게 술을 마시고 담배까지 피우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엉겁결에 오히려 내가 민망해서 얼른 그들을 피해서 밖으로 나와 버렸습니다. 지금 와 생각하니 한마디 충고라도 해주고 오는 것이 어른 된 도리인데 너무 놀랜 나머지 그럴 경황조차 없었던 나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의 탈선 현장을 말로는 들어왔지만 막상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보고 나니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청소년 유학생들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자식이 아니라고 이리저리 몰려다니고 아무렇게나 행동을 해도 소 닭 보듯 하지 말고 이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게끔 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들려 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미국 같은 소위 선진국에서의 담배 소비량은 건강상의 피해 때문에 점차 줄어들고 반면에 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 등에서는 담배 소비량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것도 흡연연령이 점차 낮아져 청소년층까지 확대일로에 있으며, 이제는 여성흡연자들도 상당한 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많은 경우, TV나 잡지 등을 통해 무진장으로 나오는 광고나 드라마 속의 흡연장면들이 때로는 너무나 멋있어 보이고 근사하게 보이기까지 하기 때문에 호기심으로 담배를 처음 손에 들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담배를 계속 피우면 몸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단 그 맛을 들이면 끊기가 여간해서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이고 보면 소홀히 넘기기 어려운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어디 담배뿐이겠습니까? 술을 마시는 것도, 마약을 하는 것도, 도박을 하는 것도 결국은 같은 패턴을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건강한 삶의 길을 버리고 옆길로 가는 것을 알고 깨달은 그 순간으로부터 아예 결단을 내리고 싹을 잘라 내야만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멋있어 보이고, 근사해 보이고, 기분이 좋아 보이는 그것 때문에 이 정도쯤은 괜찮겠지 하면서 우유부단하게 나가는데 있습니다.
체중조절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주인공이 어떻게 칼로리가 높은 쵸코렛에 대한 유혹에 말려 들어가는지를 익살스럽게 설명한 재미있는 글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1단계 : 나는 운전은 하지만 식품점 근처에는 가지 않겠다.
2단계 : 나는 식품점 근처에는 가겠지만, 식품점에 들어가지는 않겠다.
3단계 : 나는 식품점에 들어가기는 하겠지만, 쵸코렛이 놓여 있는 쪽으로는 가지 않겠다.
4단계 : 나는 쵸코렛을 쳐다는 보겠지만, 그것을 집지는 않겠다.
5단계 : 나는 그것을 집기는 하겠지만, 사지는 않겠다.
6단계 : 나는 그것을 사기는 하겠지만, 열지는 않겠다.
7단계 : 나는 그것을 열기는 하겠지만, 그 냄새를 맡지는 않겠다.
8단계 : 나는 냄새를 맡겠지만, 그것을 맛보지는 않겠다.
9단계 : 나는 그것의 맛은 보겠지만, 먹지는 않겠다.
10단계 : 먹자, 먹자, 먹자, 먹자! 냠냠!
이야기가 참으로 실감나지 않으십니까?
몰라서 유혹에 넘어가는 경우도 없지는 않겠지만, 많은 경우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한 단계 한 단계 자신을 합리화시켜 가면서 빠져 들어가는 우리 보통사람들의 모습과 너무 비슷합니다.
인간의 나약하기 그지없는 본성에 대한 자각, 죄성에 대한 바른 인식이 있어야겠습니다. 쵸코렛에 대한 유혹에 결국은 굴복하고 만 위의 주인공의 경우도 차를 몰고 나가기로 한 첫 단계에서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어야 했습니다. 이미 차를 몰고 나갔다는 그 자체가 2단계로의 진행을 수월하게 만들었고, 그 다음 3단계, 4단계로 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브가 뱀의 유혹에 넘어가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 선악과를 따먹고 결국에는 아담까지도 먹게 된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에는 참으로 많은 함정들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유혹에 빠져서 실패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삼손은 들릴라 라는 여인의 함정에 빠져서 눈 뺌을 당했습니다. 또한 신약성서에 나오는 가롯유다는 은30에 눈이 어두워 스승 예수를 팔고 곤두박질하여 창자가 터지는 죽음을 당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 길에는 낚시 밥과 같은 이런 유혹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 유혹을 단호하게 물리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아주 어렸을때 들은 이야기입니다. 미국에서는 돼지를 도살장까지 끌고 가는데 대단히 힘이 들어서 ‘어떻게 하면 쉽게 끌고 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다음과 같은 방법을 썼다고 합니다. 그것은 돼지가 좋아하는 콩을 삶아서 돼지가 있는 우리에서부터 도살장까지 한 알씩 한 알씩 뛰엄뛰엄 놓아두면 돼지가 그것을 먹으면서 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돼지는 결국 마지막 콩을 먹는 순간 위에서 내리치는 망치에 얻어맞아 죽게 되고 잠시 후 통조림이 되어 나온다는 것입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던져 주는 게 많습니다. 우리 인간 생활에서, 더욱이 먼 이국 땅에서 외롭게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이렇게 삶은 콩과 같은 달콤한 유혹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유혹의 함정은 여자나 남자가 될 수도 있고, 돈이 될 수도 있고 향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삶은 콩 이야기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도 온갖 형태로 수시로 우리 앞에 던져지는‘삶은 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날이 갈수록 갖가지 유혹은 더 교묘한 그물로 우리를 낚으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 합니다.
당신의 삶은 콩은 무엇입니까?
- 김은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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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혁님은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로 있으며, 시인,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인간성으로서의 하나님>, 시집 <작은 꽃 한송이 되고 싶구나>,
<그대가 되고 싶습니다>, <기쁨아 너를 부르면 슬픔이 왜 앞서 오느냐>,
<다시 사랑하고 싶다>와 칼럼집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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