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있는 채무자가 8년 동안 빚의 일부를 갚아나가는 대신 나머지 빚을 면제해주는 개인회생 제도가 이달 23일부터 시행된다.
대법원은 지난달 31일 개인회생제 시행을 위한 세부 시행 방안과 절차를 담은 규칙·예규를 확정하고, 1일부터 서울중앙지법과 각 지방법원 등 전국 14개 법원에 32개의 전담재판부를 두어 본격적인 운영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개인회생 제도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개인워크아웃’이나 ‘배드뱅크’ 등 원금 면책이 없는 제도에 비해 나머지 빚을 면책받을 수 있고, 빚을 면책해주는 ‘개인파산제’와 비교해서도 파산선고의 불명예나 해고·자격취소 등 신분상 불이익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봉급생활자 등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빚의 일부를 갚아나가는 것이어서,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에 눌려 삶의 의욕을 잃은 신용불량자들을 구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제 대상인 빚의 규모(최대 15억원)도 커, 과거보다 더 많은 신용불량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전망이다.
개인회생 제도 시행안을 보면, 전체 채무가 15억원(담보채무 10억원+무담보채무 5억원) 이하이면서 일정한 수입이 보장된 월급생활자나 영업소득자라면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금융권 채무가 아닌 사채도 구제 대상에 포함된다.
개인회생제를 신청한 사람은 자신의 소득 가운데 최저생계비 수준의 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 수입을 8년에 걸쳐 채무상환에 써야 한다. 다만, 개인회생 프로그램에 따라 최단 3년 이상 성실히 빚을 갚아온 채무자가 채무상환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는 법원이 조기에 전체 채무를 면책해 줄 수 있는 재량권을 갖게 된다.
이 제도를 이용하려면 먼저 신청자가 자신의 빚 변제 계획서를 법원에 내어야 하며, 법원에서는 개인회생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인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변제계획안이 인가를 받으면 채무자의 신용불량 정보 등록이 곧바로 해제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개인회생 제도는 성실하게 경제생활을 하면 많은 빚을 감면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최저생활비로 견뎌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개인워크아웃이나 배드뱅크 등 이미 시행하는 구제제도들과 비교해 자신의 처지에 가장 맞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