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의 일부 의원들이 이라크 전쟁을 강행한 토니 블레어 총리를 대상으로 탄핵 소추안 발의에 착수했다.
웨일스 민족주의 정당인 ‘플래드 킴루’(Plaid Cymru)당의 애덤 프라이스 의원은 지난달 26일 블레어 총리(사진)가 미국이 주도하는 이라크 침공에 영국을 참여시키기 위해 국민과 의회를 오도했다며 탄핵소추 절차 진행을 선언했다. 그는 이날 하원에 블레어 총리가 국민을 기만했다는 증거를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로써 블레어 총리는 임명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프라이스 의원이 주도하는 탄행소추안 발의에는 웨일스와 스코틀랜드 민족주의 진영 의원들 9명과 보수당 의원 3명, 자유민주당 의원 1명 등 13명이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블레어 총리가 고의적이고 반복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했음을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며 “총리가 국민과 의회를 기만한 사실을 결코 용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영국 하원에서 탄핵 소추안이 발의되는 것은 1948년 이래 처음. 아직은 가결 가능성이 거의 희박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 의제를 ‘이라크 침공’으로 인한 실책을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블레어 총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론에 역행하는 이라크 침공을 강행해 정치적 곤경에 처한 블레어 총리는 교육, 행정, 의료 등의 개혁성과를 강조함으로써 국면전환을 시도해 왔으나 탄핵 소추안이 발의됨으로 이같은 시도에 차질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