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서남부의 지브롤터 주민들이 영국령이 된지 300주년을 맞은 4일 인간띠를 형성하고 주권의 스페인 이양 반대와 자결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스페인 서남단에 위치한 지브롤터 반도가 지난 4일로, 스페인 영토에서 영국령이 된 지 300주년을 맞으면서 양국 간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제프 훈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축하 연설을 통해 “지브롤터의 주권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스페인의 주권 이양 요구를 일축했다. 스페인의 호세 사파테로 총리는 이에 대해 “영국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행사를 여는 것 자체가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양국 간 갈등은 1704년 8월4일 영국이 지브롤터 반도(6.5㎢)를 강점하면서 비롯됐다. 영국 해군 함대의 침공에 맞섰던 스페인군은 6시간 만에 120명이 전사하면서 백기를 들었다. 왕위 계승 전쟁의 와중에 있던 스페인의 펠리페 5세는 1713년 위트레흐트 조약을 통해 왕위를 인정받는 대신 지브롤터를 영국에 공식 할양했다. “발에 박힌 가시”라며 못내 아쉬워했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작금의 상황도 스페인엔 유리할 것이 없다. 3만여명의 주민 대부분이 “영국 시민으로 남아 있는 것이 낫다”며 주권 이양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정부는 역사적 소유권 회복을 포기하지 않고 있지만, 주민들은 “3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 스페인이나 영국 모두 우리의 미래를 함부로 결정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1967년 주민투표에서 주권의 스페인 이양에 반대했던 주민들은 2002년 영국·스페인 공동 주권안 주민투표에서도 98.97%가 반대, 부결시켰다.
영국령 300주년을 맞은 지난 4일엔 주민 1만2000여명이 지브롤터의 상징 바위를 에워싸는 인간띠를 형성, 이양 반대 의사를 다시 한번 과시했다. 의회는 “주권의 스페인 이양에 저항하고 반대할 것”이라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스페인측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다른 회원국의 영토 일부를 식민지로 삼고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영국은 “주민들의 뜻이 그런 것을 어떻게 하느냐”며 승강이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