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라크에 파병되는 한국군 자이툰 부대의 출국을 앞두고 2일 환송식을 개최했으나 이를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해 장병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이라크 평화재건 지원과 한미동맹 강화라는 파병 명분을 스스로 퇴색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정부가 파병 장병들의 안전을 이유로 자이툰 부대의 모든 움직임에 대한 보도자제를 언론에 요구했지만 부대 이동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환송식조차 사실상 비밀리에 개최하고 이 사실을 국민들에게 감추려 한 것은 일부 야당 및 시민단체의 파병반대 여론을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2일 오전 경기도 광주의 특전사 교육관에서 윤광웅 국 방부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자이툰부대 장병들에 대한 파병환송식을 가졌다. 국방부는 파병 장병의 가족과 유재건 국회 국방위원장 및 열린우리당 조성태 의원 등 일부 정치인들만을 초대했을 뿐 언론의 보도는 일체 허용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달 31일 청와대에서 자이툰부대 지휘관들로부터 파병 신고를 받았지만 청와대는 자이툰부대와 관련된 모든 일정을 비공개로 해달라며 상세한 내용을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가 파병 장병의 안전을 고려해 부대와 병력의 출국 및 현지 전개 과정을 비공개로 할 수는 있겠지만 가족들이 참석하는 환송식까지 비공개로 한 것은 파병의 의미와 효과를 정부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이라는 반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임태희 대변인은 이날 “파병 장병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사기를 올려주지는 못할망정 마지못해 가는 것처럼 쉬쉬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이방호 의원은 “군의 사기도 문제지만 국민들이 파병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는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이는 북한을 의식하는 소극적 자세이며 진보세력 뿐 아니라 보수 세력까지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운‘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운영위원장은 “도둑파병을 한 것은 파병의 부당성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