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는 최근 자해를 통해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급증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자해로 숨지는 사람의 숫자가 심장병이나 암과 같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NICE(the National Institute for Clinical Excellence)의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신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칼로 베거나 팔과 다리를 절단하는 식으로 상처를 내거나 불에 태우는 등의 극단적인 자해행위를 하는 젊은층이 급속히 늘어 해마다 영국 전역에서 치료를 받는 자해환자 수가 17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전문가들은 NICE를 통해 드러난 환자 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많은 자해 환자들이 병원치료보다는 자택 치료에 의존하면서 정부에 신고를 하지 않아 통계에서 누락되기 때문에 실제 숫자는 수십만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실시된 또다른 조사 결과에서도 15∼16세 연령에서 자해를 경험한 청소년들이 1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10대의 자해 방지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번에 영국에서 자해자 수치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최근에 발생한 세라 로손(22)이라는 정신병 환자의 죽음이 계기였다.
수차례 자해 경력을 지니고 있었던 세라가 최근 정신과 질환 진료소에서 퇴원한 후에도 세 차례나 자살을 기도하자 딸의 투병생활을 옆에서 바라보던 아버지가 측은함을 견디지 못해 딸의 자살을 방조한 사건이 전해지면서 사회적으로 이슈화됐던 것이다.
경찰과 보건당국의 조사 결과, 이 사건의 이면에는 영국 정부의 유명무실한 정신질환 보건행정 기능과 자해환자들이 사회와 보건당국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돼온 점 등 제도 허점과 사회 관심 부재가 복합적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SANE(정신질환자 도움 자선단체)의 마저리 월러스 회장은 “자해자들을 이렇게 방치하다가는 자해 행위를 유행병처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 뒤, “자해자들을 더 이상 치료대열의 뒷전으로 밀어내는 보건행정은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의 보건정책이 자해자들을 스스로의 잘못이라고 느끼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환자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제대로 이해해 사회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길을 봉쇄하게 된 것이라며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