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노인과 출장마사지 여성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는 용의자 유영철(34)씨가 지난 4월14일 일어난 서울 황학동 노점상 안아무개(44)씨 살인사건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1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유씨 살해 혐의의 피해자는 모두 20명으로 늘어났다.
경찰은 이날 서울 황학동과 인천 월미도에서 현장검증을 한 결과, 유씨가 자백한 살해 정황과 안씨의 피살 상황이 일치한 점 등을 종합해 유씨를 공식 용의자로 보고 보강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살해 도구로 쓰인 칼 등의 흉기와 피해자 안씨의 잘린 손목은 찾아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경찰 조사 결과, 유씨는 지난 4월14일 저녁 7시께 돈을 뜯어내기 위해 경찰 행세를 하며 황학동에서 비아그라와 음란 비디오를 팔던 안씨에게 접근한 뒤 안씨를 차에 태워 마포구 신수동 자신의 원룸 쪽으로 가다 안씨가 ‘왜 경찰서로 안 가느냐. 경찰 맞느냐’고 따지자 안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유씨가 이날 밤 8~9시 사이 차를 신수동 집 주변에 세워놓고 집으로 들어가 혜화동과 구기동 연쇄 살인사건에 사용한 둔기와 흉기를 들고 나온 뒤 안씨의 온몸을 찌르고 정수리를 내려쳐 살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부산에서도 두명이 살해됐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 관련해 “유씨에게 납치된 여성 중 두명이 유씨의 협박에 못이겨 출장마사지 업주의 전화기에 ‘부산으로 납치됐다’는 음성 녹음을 남겨놓긴 했으나, 이들 모두 서울에서 유씨에게 희생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보도 사실을 부인했다.
한편, 유씨는 올해 1월 절도 혐의로 서울 서대문경찰서에서 이틀동안 조사를 받았지만, 경찰은 유씨가 연쇄살인 용의자라는 사실을 밝혀내지 못한 채 풀어준 것으로 19일 드러났다.
유씨는 지난 1월21일 서울 신촌의 한 찜질방에서 손님의 옷장 열쇠를 훔쳐 현금 등 10만원 어치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으나, 경찰은 유씨의 혐의를 밝히지 못한 채 23일 오전 유씨를 풀어줬다.
서대문 경찰서 관계자는 “아무리 전과가 많다 하더라도 당시 사우나에서 불과 몇 만원을 훔친 잡범으로만 파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