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의 명분이 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2002년 10월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정보는 잘못됐거나 근거 없는 과장이었다고 미 상원 정보위원회가 9일 보고서에서 발표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올 2월 의뢰해 구성된 영국의회의 이라크전쟁 진상조사위원회(버틀러 위원회)도 14일 이라크전쟁 결정 과정에서 자국 정보기관을 비난하는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미국과 영국의 행정부는 곤경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 때문에 지난달 사임까지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 정보 실패= 미 상원 정보위원회 소속 위원 18명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이 보고서는 “CIA의 잘못된 정보 평가는 이라크가 그런 무기를 갖고 있다는 집단적 사고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1990년대 초 이라크 정부가 알 카에다와 접촉했으나 이라크가 테러 공격에 관련됐거나 지원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또 WMD와 관련된 정보들의 모순이 무시됐다고 덧붙였다.
팻 로버츠 정보위원장(공화당)은 “정보당국은 전쟁 전에 후세인이 생화학무기를 쌓아두었고 10년 안에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면서 “오늘 우리는 이런 평가가 틀렸음을 알았으며 이는 세계적인 정보 실패였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 511쪽짜리 이 보고서는 “이라크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우라늄을 구입하려고 시도했다는 문서는 조작된 것”이라고 밝혀 미 행정부의 WMD 보유 주장을 일축했다.
“최소 7개의 이동식 생화학무기 공장을 보유해 수백만명을 죽일 수 있는 생화학무기를 비축했다”는 미 행정부 주장에 대해서도 이 보고서는 “믿기 힘든 한 사람에게 의존한 정보에 불과하고 생화학무기 비축 주장은 과장됐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는 “이라크가 장거리 유도미사일과 WMD 살포용 무인항공기를 개발 중”이라고 주장했으나 이 보고서는 “미사일 개발 정보는 사실이지만 무인항공기 개발은 부정확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