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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혁칼럼> - 우리 끝없는 그리움의 노래
코리안위클리  2004/07/15, 03:02:29   
1.
고국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 가슴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무질서한 상황에서 더 가지려고, 더 높이 오르려고 온 국민이 눈에 핏발을 세우고 전투 중인 것만 같습니다. 열매가 익을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은근과 끈기는 사라졌습니다. 덜 익은 열매를 서로 따  먹으려고 아우성입니다. 그 와중에 경제는 수렁을 향해 내닫고 있습니다.
자라는 아이들이 무얼 보고 배우겠는가.
소설가 호손의 작품에서처럼 겸손하고 온화하며 사려 깊은 ‘큰 바위 얼굴’이 그립습니다. 철부지 소년의 실수에도 빙긋이 웃어주던 할아버지의 미소가 그립습니다.


2.
주일마다 사람들이 떠난 텅 빈 어수선한 예배당에서 묵묵히 허리를 숙여 일하는 한 자매가 있습니다. 멀리 제주도에서 유학 온 참한 아가씨입니다. 그 자매는 사람들이 예배를 드린 후 여기저기 그냥 버리고 간 주보(주일예배 순서지)를 모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한 주일도 빠지지 않고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일하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간단하고 작은 일이지만 이 일로 어질러진 예배당이 깨끗해지는 것을 보며 내 마음도 환해집니다. 한번도 잘한다 칭찬한 적이 없었는데 마음으로 늘 고마워하며 감동을 느끼고 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 자매를 보며 정채봉 님이 쓴 ‘두 손님’ 이라는 짧은 이야기를 되새기게 하였습니다. 어느 집에 ‘입(口)’이라는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그는 하는 일없이 떠들고, 먹고, 하품을 해댔습니다. 점차 이 집에는 문에 구멍이 나고 잡초만 무성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손(手)’이라는 또 한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그에게는 화려함과 감미로움은 없었지만, 그가 잡초를 뽑고 텃밭을 일구고 과일나무를 심자 회색이었던 집이 점차 푸른 집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말로 사랑을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 움직여 일하는 손이 있어야 깨끗함과 푸르름을 맛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찮고 알아주지 않는 일을 보면 ‘누군가가 이 일을 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쉽게 넘기고 맙니다. 그러면서도 그 귀찮은 것이 치워져 있지 않으면 “이 일을 맡은 사람이 누구지”라고 투덜거립니다. 화려하고 감미로운 말만하고 행함이 없는 곳에는 소란과 불평이 남게 됩니다.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나의 작은 행동과 배려가 다른 사람을 편하게 하고 그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 우리의 작은 몸짓이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작은 빛줄기가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이 어둠을 밝힐 수 있다는 마음으로 기꺼이 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묵묵히 흘리는 사람들의 땀이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사회를 변화시키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조금씩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


3.
낯익은 길을 거닐 때 문득
누군가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돌아보면 아무도 없는
세월이 부르는 소리, 가슴 젖어들도록
그리운 시절의 소리를 듣는다.
종소리처럼 마음 두드리는
지난날의 고운 노래…

이제 돌아가리라
문득 스치는 하늬바람처럼
멀리서 부르는 고향
유년의 부푼 꿈 따라
끝없던 보리밭 길을
동갑내기 또래들 달리고 뒹굴다가
저녁놀 빈 하늘에 가득 찰 때면
누군가 꺾어 불던 보리피리 소리에
흐르는 구름 따라
훌훌 떠나고 싶던 시절

돌아가리라, 청춘의 꿈 샘솟던 시절
오기와 몸부림, 빗물 새는 하숙방에서, 가로의 주점에서
정열만으로 하얗게 새우던 밤,
맹세하던 친구들
마침내 젊음에 겨워 참을 수 없을 때면
취한 그리움으로 불러대던 노래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통하는 가슴만으로도
마냥 행복했던 시절

지금 그 때를 그리워하며
주머니에 손 찔러 넣고
휘파람 불어본다.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부를수록 가슴 젖이 일렁이는 노래
우리 오랜 그리움의 노래를
<우리 끝없는 그리움의 노래>

가끔 흥얼거리며 부르는 젊은 시절 좋아했던 노래들이 있습니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옛날의 금잔디 동산에…” 등으로 시작되는 노래입니다. 아마 모두가 흥얼거리며 과거를 회상할 만한 노래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끔 이 노래들을 부르면서 그리운 사람들과 젊은 날의 잔상들을 떠올리며 끙끙거릴 때가 있습니다.
지금 상황이 어쨌든 우리 모두에게는 어느 시절 ‘보리밭’이나 ‘옛날의 금잔디’ 등을 흥얼거리며 사랑과 우정을 나눴던 추억의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살아가면서도 문득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를 읊조리면서 추억의 사람들을 불러볼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힘을 내고 그 추억의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나직이 노래를 부르면서 그 시절에 나눴던 추억의 단어들도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목젖이 보이도록 환하게 웃었던 경험들도 되새기며 미소를 짓습니다.
어느 노 선배님의 고백입니다. 평생 목회자의 길을 걸으면서 ‘위대한’ 사람을 많이 만났다고 합니다. 그 사람들을 만나면서 환호하기도 했고 자부심을 가졌답니다. 그런데 인생을 정리하는 시점에서 생각해보니 자신에게 가장 위대했던 사람들은 바로 다름 아니라 주위에서 묵묵히 함께 했던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보잘것없이 보였던 내 주위의 사람들이 바로 위대한 사람들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 어느 누구에게나 옵니다. 누구나 ‘옛 생각이 외로워…’를 부르며 옛날을 그리워하는 시간이 옵니다. ‘좋은 사람’ ‘좋은 친구’ ‘좋은 이웃’을 찾아 끝없이 헤매다가 어느 순간 바로 ‘좋은 사람’은 보잘 것 없던 내 옆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바로 그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함께 앉아 노래했던 그 사람이 추억의 매기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그리워합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옛날에 금잔디 동산’입니다. 함께 생활하며 아웅다웅하는 사람들이 언젠가는 끙끙거리며 향수에 젖게 만드는 추억의 매기들입니다. 우리 모두 언제 어느 순간에 그리워할 존재들이라고 생각하면 오늘 서로를 향한 눈길들이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모두 함께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빈 저녁놀 맨 하늘만 눈에’ 차지만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를 불러봅시다. 그리고 서로를 향해 나직이 고백해 봅시다. 사랑한다고.

- 김은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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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혁님은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로 있으며, 시인,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인간성으로서의 하나님>, 시집 <작은 꽃 한송이 되고 싶구나>,
<그대가 되고 싶습니다>, <기쁨아 너를 부르면 슬픔이 왜 앞서 오느냐>,
<다시 사랑하고 싶다>와 칼럼집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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