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수 없는 감동·감격 물결… 1100명 참석 한인최대문화행사 자리매김
‘연주가 끝난 후 한참 동안에도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가 그칠 줄 몰랐다.’
본지가 주최한 음악회 ‘코리안판타지’에 900여 명의 청중과 150여명의 연주단 등 총 1100여명이 함께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1일 저녁 크로이든 Croydon 페어필드홀 Fairfield Hall에서 열린 이번 음악회에는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살고 있는 애국가 작곡자 ‘안익태’의 미망인 롤리타 여사와 가족 등 5명이 참석해 ‘코리안판타지’를 들으면서 만감이 교차한 가운데 눈물을 흘렸다.
롤리타 여사는 1965년 로얄 알버트홀 ‘코리안 판타지’연주회 이후 39년만의 첫 영국방문이었다. 한국이 배출한 명지휘자 겸 작곡자 안익태는 1965년 7월 런던 공연을 마친 후 두 달 후에 세상을 떠났다.
많은 청중들은 연주중 애국가의 대목이 흘러나올 때는 감격에 넘쳐 자리에서 일어서기까지 했다. 앵콜곡인 ‘고향의 봄’이 연주와 합창으로 이어질 때는 많은 청중들이 따라 부르면서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연주 다음날인 2일 본지에는 수많은 전화가 줄을 이었다.
‘너무 좋았다’는 격려와 감사의 뜻이 가장 많았고 ‘자주 이런 행사를 가져야 한다’는 충고의 전화도 있었다.
서튼 Sutton에 사는 한 원로교민은 “영국에서 35년을 사는 동안 가장 가슴 벅찬 순간을 만끽했던 이번 음악회의 감동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고 말문을 뗀 후 “이번 행사에 든 비용도 만만찮을 터인데 보태 쓰기 바란다며 £300를 보내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한편 이태식 대사 부부는 2일 저녁 롤리타 여사와 가족 그리고 행사 관계자들을 관저로 초대해 만찬 을 나누면서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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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익태 선생 외손자 영국 연주회서 인사말
“내 가슴 두드리는 한국 환상곡”
1일 밤 영국 런던의 남서쪽 크로이돈에서 지휘자 유병윤씨가 이끄는 템스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가 ‘한국환상곡(코리안 판타지)’연주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작곡자인 안익태 선생의 가족이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부인 롤리타 안(88)여사가 노구를 이끌고 스페인에서 날아왔다. 두 딸, 그리고 사위와 외손자까지 데리고 왔다. 외손자 미구엘 익태 안(27)이 가족을 대표해 인사했다.

이태식 대사 부부는 2일 롤리타 여사와 가족(둘째 사위(사진 왼쪽) 막내딸 (왼쪽 두번째) 둘째 딸(오른쪽) 외손자(뒷쪽 서 있음))을 관저로 초대해 만찬을 가졌다.
미구엘은 할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에서 그의 이름을 몽땅 자신의 이름으로 만들었다. 부계 성인 ‘기옌’ 대신 ‘안’을 첫번째 성으로 삼았다. 스페인 변호사인 그는 할아버지 나라를 배우기 위해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한국학 석사과정에 다니고 있다. 한국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한다. 한국말이 서툴지만 대강의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그가 무대에 올라 비교적 또렷한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자 객석에서 “오!”하는 환성이 터졌다.
“(영어로) 할아버지를 뵌 적이 없지만 그의 음악은 나의 가슴을 두드립니다. 그분이 그리고자 했던 나라의 국민인 여러분도 모두 같은 감동을 느끼리라 생각합니다.”
첫머리 관현악의 나즈막한 울림과 호른의 서정적인 흐름이 고향 마을의 아침을 연상케 했다. 일제 치하를 상징하는 무거운 진혼의 멜로디가 끝나고 마침내 광복의 기쁨이 분출되는 대목에 이르러 혼성 합창단의 장엄한 코러스가 시작됐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안익태 선생이 이국을 전전하면서 조국을 그리며 떠올렸던 선율들이 70년의 세월을 넘어 가슴에 와닿았다. 연주가 끝난 뒤 기립박수가 오래 이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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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만에 영국에 울려퍼진 한국환상곡
“남편은 최고의 음악가며 애국자였습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었습니다.” 1일 밤 영국 런던 남부의 위성도시 크로이든 중심가에 위치한 공연장 페어필드 홀에서 한·영 수교 12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한국 환상곡’ 연주회에 참석한 고 안익태 선생의 미망인 롤리타 안(88) 여사는 “한국 사람들이 아직도 남편을 기억하고 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유럽에서 지휘자로 활동했던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선생의 대표작 `‘한국 환상곡’이 영국 무대에 다시 올려 진 것은 39년만의 일이다.
스페인 휴양지 마요르카섬에 거주하던 안선생은 1965년 7월4일 영국 최고의 공연장인 런던의 로열 알버트홀에서 뉴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한국환상곡과 교향시 ‘논개’를 연주해 열광적인 박수갈채를 받았다.
부인 롤리타 여사와 세 딸을 모두 데리고 런던을 방문했던 안선생은 그러나 스페인으로 돌아간 지 두 달 만에 별세해 로열 알버트홀 연주가 생애 마지막 무대가 됐다. 이후 영국에서는 단 한 번도 한국환상곡이 연주되지 않았다.
영국의 한인 사회는 한·영수교 121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39년만에 한국환상곡을 다시 무대에 올리기로 하고 십시일반 힘을 모았다.
교민신문 `‘코리안 위클리’가 행사를 주관했고 주영한국대사관과 한국관광공사가 전폭적인 지원을 했으며 영국 주재 한국기업과 교민사업가들이 발벗고 후원에 나섰다.
교민들이 많이 모여사는 런던 남서부 킹스톤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마추어 교향악단 `‘템스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교민 음악가 유병윤씨가 지휘를 맡았고 재영한인교회 연합성가대가 합창을 담당했다. 영국에 어학연수를 온 국악신동 김예찬군도 피리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안익태 선생의 생전 연주와 감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순수한 한인사회의 힘만으로 `‘한국 환상곡’을 무대에 올린 것만으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평가다.
안익태 선생의 외손자로 서울 한양대에 유학중인 미구엘 익태 안 기옌(Miguel Eaktai Ahn Guillen)은 인사말을 통해 “할아버지가 가슴 속에 가졌던 조국에 대한 사랑과 평화에 대한 갈망이 음악을 통해 여러분들에게 전달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연주회장에는 약 900여명의 청중들이 모였으며 한국기업과 한인사회의 초청을 받아 참석한 영국인도 적지 않았다.
재영한인회의 한 원로는 “교민 2세들에게 나라 사랑이 무엇인가를 새삼 깨닫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