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그리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04 유럽 축구 선수권대회’(유로2004)를 보면 골문 뒤쪽과 미들필드 옆쪽 등 4곳에 현대자동차 로고와 영문 ‘HYUNDAI’ 글자가 새겨진 입간판(A보드)이 눈에 들어온다. 현대차 로고가 나오는 것은 이 대회에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후원 규모는 7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조사 결과 경기당 평균 현대차 입간판의 노출시간은 15분 정도이고, 경기당 TV 시청자수는 유럽 7개국에서만 3500만명에 이른다”며 “7월 4일까지 열린 이번 대회 전체의 광고 효과를 금액으로 산정하면 20억달러(2조4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최근 스포츠 마케팅 활동을 대폭 강화, 올림픽이나 월드컵 이외에 각종 해외 유명 운동경기에 후원사로 적극 나서고 있다.
올 1월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에 후원사로 참여한 기아자동차도 광고효과를 톡톡히 봤다. 위성을 통해 전 세계에 중계된 이 대회에서 시청자들은 경기 내내 코트의 벽과 네트에 새겨진 기아차 로고를 볼 수 있었다. 기아차 김봉경 상무는 “조사 결과 전 세계 5억300만가구가 이 대회를 시청했고, 약 3억3000만달러(3960억원)의 광고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이번 호주오픈 대회가 테니스를 주요 스포츠로 여기는 유럽과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기아’ 브랜드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판단, 오는 2008년까지 장기 후원계약을 체결했다.
프로골퍼 최경주 선수를 후원하고 있는 골프의류업체 슈페리어는 최선수가 지난 4월 미국 PGA투어 마스터스대회에서 3위에 오르는 등 좋은 성적을 기록함에 따라 적지 않은 매출효과를 보고 있다. 슈페리어 오봉균 부장은 “올 들어 경기침체로 대부분의 골프의류 업체들이 20~30% 판매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슈페리어는 작년보다 10~15% 판매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여성 프로골퍼 박지은 선수를 후원 중인 나이키도 박선수가 지난 3월 LPGA 메이저 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둔 직후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오나미 나이키골프코리아 사장은 “나이키는 남성 이미지가 강해 여성 골프용품 판매가 저조했는데, 박선수의 우승을 계기로 박선수가 사용했던 드라이버와 옷의 판매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민훈 연구원은 “운동경기의 TV중계방송이 늘어나면서 스포츠 마케팅은 짧은 시간에 많은 소비자들에게 기업을 알릴 수 있는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기업들은 단기간에 확대된 인지도를 실제 구매로 연결시키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