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 녹산공단에 있는 리노공업 정문에 들어서면 넓은 잔디밭과 빽빽하게 들어선 소나무들 때문에 이곳이 제조업체 공장인지 눈을 의심하게 된다.
잔디밭 위에는 골프 홀컵이 설치돼 있어 점심시간이나 업무 후에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퍼팅연습을 한다. 이 회사는 ‘미니 골프장’ 외에 영화감상실도 갖춰 놓았고, 화장실은 호텔처럼 고급스럽게 꾸몄다. 최용기 이사는 “직원들이 즐겁고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공장환경을 바꾼 이후 생산성이 높아지고 이직자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이 직원들을 붙잡기 위해 상여금을 확대하고 복지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리노공업은 지난달 말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인적자원 관리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오토바이용 헬멧을 생산하는 홍진크라운은 지난해 기본 상여금 400% 외에 특별상여금 550%를 추가 지급했다. 홍완기 회장은 “지난해 1백억원 정도의 순이익을 거둬 일부를 직원들에게 지급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규모의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휴가와 복지제도를 대폭 확충해 직원들을 붙잡는 기업도 늘고 있다.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그린텍시스템은 전 직원들에게 정기 휴가와는 별도로 2박3일의 ‘안식휴가’를 올해부터 주고 있다. 휴가 비용은 영수증을 가져오면 회사가 전액 부담한다. 정인 사장은 “안식휴가를 실시한 결과 이직률이 크게 감소했다”며 “올해부터는 직원의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중국에 효도관광을 보내드리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LCD모니터를 만드는 이레전자산업은 96년부터 해마다 270명의 직원들에게 1인당 50㎏의 김장김치를 제공, 특히 주부사원들에게 인기가 높다. 올해부터 근속연수가 많은 직원들에게 자녀들의 해외 어학연수 지원비를 제공하고 있다.
중기청 이보원 경영지원국장은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데에는 열악한 근무조건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직원을 부리는 대상이 아니라 모시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