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1.50∼£3 절감… 월말 재상승 전망
고유가 시대에 영국의 휘발유 값이 갑자기 내려 3천만명의 운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영국 수퍼마켓들이 고객 유치 무한경쟁을 벌이며 휘발유 값을 먼저 내리자 에쏘 ESSO, 쉘 Shell, 비피 BP도 이에 뒤질세라 덩달아 내렸다. 리터당 휘발유는 2p, 디젤(경유)은 4p가 내려 수퍼마켓 직영주유소는 70p대로 떨어졌다.
최근 몇 달 동안 화물운송회사, 버스회사, 택시기사, 농부들로부터 줄곳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연료세 인하 요구의 대규모 시위 압력을 받아왔던 정부도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어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일반 운전자들은 주당 £1.50의 연료비 절감 혜택을 보게됐으며 4p까지 떨어진 디젤의 경우 적어도 주당 £3, 대형차는 £10 전후까지 절약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고급휘발유(super)의 경우 일부 수퍼마켓은 81.9p로 일반 주유소보다 리터당 5∼7p까지 가격차를 보이기도 했다.
주유소 개인사업자(independent retailers)들은 자본력을 앞세워 시장을 교란시키며 소규모 주유소의 손님을 빼앗아 가는 수퍼마켓의 전형적 수법이라고 비난했다.
‘선제공격’은 미국 월마트가 주인인 아스다 ASDA가 시작했다. 아스다는 이달 초 석유수출국기구 OPEC가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발표 직후 원유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자체 150여 곳의 주유소를 통해 무연휘발유와 디젤을 동시에 리터당 79.9p로 전격 인하했다.
라이벌인 세인스버리즈 Sainsbury’s 와 테스코 Tesco 그리고 세이프웨이 Safeway의 새주인인 모리슨즈 Morrisons 역시 이에 뒤질세라 함께 경쟁에 뛰어들었다.
수퍼마켓의 설명도 걸작이다.
세인즈버리즈는 “언제 어디서나 우리 233개의 주유소 가격이 가장 싸며 수퍼구매액에 따라 리터당 1∼4p 까지의 할인쿠폰을 주고 있다”고 했다. 시장점유율 최대의 테스코는 “현재 £50 이상 물품구매시 리터당 5p 할인쿠폰을 주고 있어 우리보다 더 싸게 기름을 넣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자신만만해 했다.
잉글랜드 중부지방에 많은 점포를 가진 모리슨즈와 세이프웨이는 “가격 인상은 가장 늦게, 낮출 시는 가장 빠르게 행동에 옮긴다는 ‘약속’을 2년 전부터 지켜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값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며 “이달 말쯤에 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우리 속담처럼 수퍼마켓들의 고객유치를 위한 가격인하로 인해 주유소 개인업자들은 운영에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됐다. 10년전만 해도 전국에 2만개가 넘던 개인운영 주유소가 최근에 1만개 정도까지 줄어든 것은 점점 사라지는 ‘동네구멍가게’처럼 개인 주유소 역시 대기업과의 경쟁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