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급등으로 2일 영국의 휘발유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일부 휘발유 소비자들이 항의시위를 조직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4년전 발생한 연료폭동이 재연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영국의 휘발유값은 1일 잉글랜드 남동부 첼시에서 ℓ당 99.9펜스를 기록한 데 이어 잉글랜드 북부 블랙풀에서 ℓ당 1.09파운드에 판매돼 처음으로 1파운드(2천130원)를 돌파했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값은 지난 2000년 전국적인 연료 폭동을 촉발했던 ℓ당 85펜스(1천812원)선에 이르고 있다.
4년전 영국에서는 휘발유값 앙등에 항의하는 소비자들이 도로를 점거해 석유제품 운반 차량의 통행을 저지하고 주유소를 봉쇄해 전국적인 물류대란이 일어났었다.
소비자들은 당시 휘발유값의 75%에 해당하는 소비세를 경감할 것을 요구하며 고속도로에서 석유제품 운반 차량의 통행을 차단하고 주유소 기물을 파손하는 등 난동을 벌였다.
석유소매업자협회의 로이 홀러웨이는 “올 여름 연료폭동이 재연될 것으로 우려 된다”며 영국 정부에 대해 ℓ당 2펜스 상당의 휘발유 소비세 인상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영국 재무부는 세원확대를 위해 휘발유 소비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으며 토니 블레어 총리는 최근의 고유가에도 이런 방침을 철회할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총리는 휘발유값 인상에 개입하기보다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증산을 촉구하는 것이 총리로서 해야할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운전자협회(AA)의 리처드 프리먼 대변인은 “지금과 같은 고유가 상황에서 휘발유 소비세를 인상하는 것은 `미친 짓’이 될 것”이라면서 “강행하면 광범위한 조세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00년 연료폭동을 주도했던 농촌운동가 앤드류 스펜스는 오는 9일 뉴캐슬시에서 휘발유값 앙등에 항의하는 `‘서행운전’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가 폭등으로 서민생활에 어려움이 초래되면 정부는 세금을 인하해 생활고를 경감해 주어야 한다”면서 “뉴캐슬 시에서 서행운행으로 교통체증을 유발한 뒤 이를 전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 정부는 휘발유값 항의시위로 전국적인 물류대란이 일어나면 군·경을 투입해 시위를 강제 해산하기로 하고 비상대기령을 하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