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엄마’가 되기 위해 투쟁했던 여성들이 이젠 일자리를 떠나 가정으로 돌아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은 7일 여성들이 상응하는 권력을 잡고 남성들과 동등한 수입을 올리기 위해 노력했던 90년대 ‘슈퍼우먼’의 시대 풍토가 이젠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수상을 배출하기도 했던 90년대의 기세로 보면 21세기에는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100대 대기업의 절반을 여성이 이끌고, 사법부, 내각, 그리고 영국 국영 <BBC> 방송사의 운영도 여성이 장악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런 추세가 중단됐다는 것.
실제로 의과대학 자격증 수료자의 절반이 여성이지만 병원 의사 중 여성은 20%에 불과하고, 100대 대기업 중 여성 이사가 포함된 기업은 22개에 불과하며, 10대 로펌내 여성 법률 파트너의 비중은 15%에 불과한 상태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이젠 별다른 거부감 없이 남성과 동등하다고 여기고 있는데다 일을 통해 이를 입증해야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한 대접을 받기 위해 투쟁했던 지난 30~40여년 간의 추세에서 벗어나기 시작, 이젠 가정생활을 직장생활에 맞춰가는 것이 아니라 직장생활을 가정생활에 맞춰가고 있다는 것이다.
쇼비즈니스 업계에서 일했던 캐롤린 셔우드는 셋째딸 밀레가 태어난 6년 전 직장을 그만뒀다.
캐롤린은 첫째 아이 마이클이 태어났을 때는 당시 시대 사조에 맞춰 두달 보름만에 직장으로 달려갔고, 둘째 해리가 태어난 이후엔 5일 근무를 3일 근무로 맞추기 위해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정신없이 일했었다.
캐롤린은 “대부분 직장인들은 하루 24시간 언제든 일할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실제 내가 다니던 회사도 한밤중에 사소한 일로 나를 찾곤 했다”면서 “그런 일이 내 아이들, 그리고 어떤 사생활과도 병행할 수가 없었다”고 직장을 그만 둔 배경을 설명했다.
세인즈베리의 중견 인사관리 담당자였던 46세의 샐리 왓슨도 엠마, 크리스토퍼, 레베카 등 세 자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21개월 전 회사를 그만두고 집 인근 교회에서 파트타임 일을 하고 있다.
샐리는 “아이들이 커갈수록 일하는 엄마가 되기 쉽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면서 “딸 엠마가 학교에서 문제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엄마로부터 전해 듣고 직장을 그만 뒀다”고 말했다.
샐리는 “딸에게 ‘왜 내게 말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엄마는 매일 바쁘잖아요. 엄마를 피곤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하더라”면서 “수입은 줄어들었지만 직장을 포기한 것이 절대적으로 잘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캐롤린과 샐리의 이같은 삶은 매력적이지만 그러나 수입이 감당할 때만 가능한게 사실이다.
셀리는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하는 엄마들이 매우 많지만 주택 대출금 납부 청구서 등 각종 청구서가 날아들어 오지 않느냐”면서 “이젠 정부가 맞벌이 여성들을 지원하기 보다는 집에 머물고 싶어 하는 엄마들을 도와주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풍토에 대해 ‘아이나 돌볼 계획을 갖고 있는 엄마라면 처음부터 대학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집에 머물기 위한 현명한 여성을 위한 가이드>의 저자 멜리사 힐은 “참으로 터무니 없는 발상”이라면서 “교육은 낭비가 아니다. 단지 직업을 얻기 위해 대학을 가느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직장을 떠나려 한다는 사실은 고용주들이 그들을 붙잡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일에 관한 새로운 토론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지난 1999년 9%에 불과했던 아빠들의 육아 휴가가 2002년엔 44%로 증가한 것은 이젠 남성들도 일에 대한 변화를 원하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야기한다고 밝히고 있다.
멜리사 힐은 “고용주들은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를 인식하고 그에 관해 적절하고 의미있는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은 일에 관한 한 시대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