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언청이 또는 기형적인 발 등 의학적으로 교정이 가능한 병을 갖고 있는 태아의 출산까지 기피한 채, 낙태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국가통계청(ONS)의 낙태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임신중절 건수는 1천863건으로, 전년에 이뤄진 낙태건수 1천722건에 비해 8%가 증가했다고 일간 <데일리 메일>이 보도했다.
문제는 2002년 통계만 볼 때 기형적인 발을 가진 아기 5명이 낙태됐고, 언청이와 구개열이 있는 아기 6명도 출산전 임신중절로 생명을 마치는 등 심각한 질병이나 장애와 거리가 먼 태아에 대해 낙태가 이뤄진 것이다.
앞서 2000년과 2001년에는 언청이를 이유로 9명의 아기가 임신부 배속에서 사라졌고, 또 다른 2명의 태아는 언청이라는 사실만으로 임신중절의 대상이 됐다.
여기에다 다운증후군을 갖고도 오랫동안 의미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운증후군 태아를 낙태하는 경우가 출산을 앞질렀다. 2002년 다운증후군을 가진채 태어난 아기는 329명이었던데 반해 낙태된 다운증후군 태아는 372명이었다.
조애너 젭슨 성공회 보좌신부는 “이같은 통계는 끔찍한 일”이라며 단지 언청이라는 이유만으로 낙태가 행해지고 있는 것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낙태경향은 `태아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심각한 장애가 있을 때는 ‘최대 임신 9개월때까지도 낙태를 허용한다’는 현행 낙태법의 규정을 사실상 비웃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임신중절 증가현상은 노산의 경향과 태아장애 감별을 손쉽게 해주는 정밀 진단기기의 발전에서 비롯되고 있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40대 임신부의 경우 선천성 장애를 가진 아이를 출산할 확률이 연령대별로 가장 높으며, 초음파와 혈액검사 등은 출산전에 기형여부를 진단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 시립대학의 잭클린 랭 교수는 “장애를 기꺼이 받아들이려 하는 마음가짐이 없어지고 있다”며 “이제 아기들은 태어나기 이전에 정상아라는 규격에 자신을 맞춰야만 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