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간접흡연으로 한 해에 4천명 이상이 죽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식당, 사무실 등 공공장소에서 금연을 강제하는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영국왕립의과대학(RCP)은 17일 런던에서 열리는 금연회의를 앞두고 공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영국에서 간접흡연으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4천명을 넘는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다른 사람이 내뱉는 담배연기를 들이마시는 사람의 대부분은 가족 등 흡연자 주변사람이라며 해마다 3천600명에 달하는 65세 이하의 흡연자 주변사람이 간접흡연으로 초래된 폐암이나 심장질환으로 숨져가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직장에서의 간접흡연 피해로 사망하는 사람도 연간 700명에 달하고, 바(bar)나 나이트클럽 같은 분야의 서비스업 종사자도 해마다 50명 이상이 간접흡연에 따른 질병으로 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연구결과에 대해 의사들은 대체로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공공장소와 직장에서의 흡연을 금지시켜 간접흡연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캐롤 블랙 영국왕립의과대학장은 “술집, 식당 및 기타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은 해당 장소에서 일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손님들의 건강에도 심각한 해를 끼치고 있다”며 “공공장소 금연을 법제화하면 손님이 뿜어대는 담배연기를 마셔야 하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동시에 영국인 30만명의 완전 금연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흡연자 단체들은 이같은 연구결과의 신빙성을 의심하며 반발하고 있다.
흡연자단체인 포리스트(Forest)를 이끌고 있는 사이몬 클라크는 “간접흡연 피해로 사망한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며 “금연 운동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간접흡연으로 사람들이 죽는다면 사망자의 이름을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신뢰하기 어려운 통계치가 아닌 증거를 내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아일랜드는 올해 초 미국과 캐나다의 일부도시를 본받아 공공장소 금연을 의무화하고, 노르웨이는 내달부터 바, 레스토랑, 디스코장을 포함한 모든 공공장소에서 금연을 실시할 예정이지만 영국 정부는 이를 자율규제에 맡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