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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혁칼럼> 지금은 조용히 감사드릴 때입니다
코리안위클리  2002/10/18, 21:37:44   

김은혁 님은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로 있으며,시인,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가을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추억을 지니며 삽니다.
한여름의 땡볕이 서늘한 가을바람으로 변할 때,
길을 걷다가 문득 하늘을 바라볼 때,
석양을 보며 조용히 사색에 잠길 때,
누렇게 변한 흑백 사진 속에서 자신의 옛모습을 발견했을 때,
우리들은 저마다의 과거로 날아가 지난날의 추억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것이 비록 아픈 과거라 해도,
추억을 회상할 때 우리는 행복합니다.



내가 책을 읽을 때는 늘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늘 책을 읽으심으로 나에게 자연스럽게 책읽기의 소중함을 가르쳐주신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책을 읽습니다.
내가 일을 할 때는 늘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불평하지 않고 사랑과 희생으로 최선을 다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일을 합니다.
내가 공부를 할 때는 늘 나를 격려해 주신 선생님을 생각합니다. 그 부드러운 목소리와 신뢰의 눈빛을 떠올리면서 공부를 합니다.
내가 사랑을 할 때는 가장 깊이 사랑한 어느 순간을 생각합니다. 지금의 사랑이 그 깊이와 넓이에 닿을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서 사랑을 합니다.
내가 누군가를 만날 때는 한 친구와의 우정을 생각합니다. 그 친구와의 우정처럼 믿음이 있고 순수하고 진지한지를 생각하면서 사람을 만납니다.
내가 길을 걸을 때는 옛날 사람들의 발걸음을 생각합니다.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산 넘고 물 건너 몇 달 몇 년을 걸어간 멀고 험난한 길을 생각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멈추지 않고 길을 걸어갑니다.
나는 살아가면서 만나는 수많은 순간마다 무엇을 생각하면서 살아갑니까? 인생을 살아갈 때마다 무엇이 떠올려집니까?
얼마 전에 깜짝 놀랄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한국에 계시는 평소에 존경하는 분으로부터 안부 전화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시를 매우 사랑하고 또 유명하신 분이라 그분을 익히 잘 알고는 있었지만, 그분의 작품을 사모하는 마음에 한 번쯤 만나 뵙고 싶어도, 비슷한 마음으로 그분을 못살게 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를 생각하면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저 멀리서 흠모(?)만 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분으로부터의 전화라니!
우리가 누군가의 마음 한 구석에 기억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것은 여간 감격스러운 일이 아닌 것입니다. 더욱이 그 상대편이 다소 한가한 사람이 아니고, 수많은 지인들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은 평소에 감히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유명인이라면 그 감격이 더욱 큽니다. 그런 분에게 내가(우리가) 기억되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번번이 가장 가까운 아내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조차 잊어먹고 축하엽서 한 장 전하지 못한 체 그냥 지나쳐 버리기 일수입니다. 그러고도 아직 밥 얻어먹으면서 세상에 살아있다는 자체가 기적이요 은혜입니다. 아무리 세상 살이가 바쁘고 건망증이 심하다고 해도 그렇지 연거푸 중요한 것을 잊어 버린다는 것은 내가 생각해도 좀 너무했다 싶어서 많이 반성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건망증이라든지 바빠서라는 말은 다 핑계일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결국 내 안에 그것에 대한 관심이 식어졌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저는 아내에게 죽을 죄인입니다.
그 유명한 시인께서 우리보다 한가하셔서 나에게 전화를 하시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저 지구 반대편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어리석은 저를 기억해낸 그분의 사랑이 그 일을 가능케 했을 뿐입니다.
유명한 사람, 대단한 사람을 기억하여 그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위로의 마음을 전하는 일은 오히려 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름 없는 무명의 이웃을 기억해 내어 그들에게 사랑과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전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윗사람에게 문안하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나를 알아주지 않은 아랫사람에게 내가 먼저 문안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것은 예수님의 마음을 닮은 겸손과 섬김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인 것입니다.
그런데 나는 존경하는 시인(?)님을 비롯한 여러 어르신들께 큰 사랑을 받고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분들에 비하면 저는 마땅히 예를 갖추어 문안을 드려야 할 어르신들에게조차 온갖 핑계를 대며 문안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누구도 기억해 주지 않을 무명의 이웃들에게 문안의 편지를 보내지도 못했습니다. 그 어느 것도 못한 저는 어떻게 된 사람입니까?

세월을 떨궈 내듯 그렇게 또 한 번의 낙엽이 지고 있습니다. 낙엽이 아름다운 것은 자신의 가장 빛나는 순간에 다음 생을 약속하는 거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그 겸허함 때문일 것입니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인 것처럼 그저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이었습니다. 그런 세월 속에서 우리에게도 생의 축복처럼 눈부신 시절도 있었습니다. 기억하기조차 싫은 가슴 아픈 시절도 있었습니다. 모두가 돌아보면 닿을 듯 가까운 날들입니다. 일상에 지쳐 쓰러지고 싶을 때마다 가만가만 내게로 다가와 어깨를 토닥여 주던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을까’하고 노래한 시인도 있지만, 현재의 삶에 힘이 되어준 누군가가 분명히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우리에게 주어진 생 앞에 조용히 감사드릴 때입니다.


- 김은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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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혁님은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로 있으며, 시인,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인간성으로서의 하나님>, 시집 <작은 꽃 한송이 되고 싶구나>,
<그대가 되고 싶습니다>, <기쁨아 너를 부르면 슬픔이 왜 앞서 오느냐>,
<다시 사랑하고 싶다>와 칼럼집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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