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을 맞아 서울 강남 일대의 백화점에서 고가의 선물이 줄줄이 팔려 나가면서 가뜩이나 불황으로 속을 태우는 서민 가정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있다.
이번 어린이날 선물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제품은 외제차를 실물 그대로 축소해 4~7세용으로 제작한 충전식 자동차.
장난감 답지 않은 70만원의 가격대임에도 강남 압구정동의 모 백화점에서는 하루 1대 이상씩 나가고 있다.
백화점을 찾은 서민 주부들은 자동차의 가격에 한 번 놀라고, 다른 아이들이 사가는 광경에 보채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달래느라 쓰디쓴 입맛을 다시고 있다.
스웨덴에서 수입된 원목 기차놀이 세트도 1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도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한 백화점의 완구 코너 관계자는 “처음 수입됐을 때는 부모들이 30만~40만원 수준의 부분 세트만 주로사갔다”며 “어린이날이라 그런지, 기분으로 풀세트를 구입하는 부모들이 꽤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디지털 카메라와 MP3 재생, 동영상 메일 등 첨단 기능을 갖춘 휴대폰도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품목이지만, 50만~60만원에 이르는 가격이 부모들로 하여금 한숨짓게 한다.
중학교 교사 신모씨는 “어설픈 고가 선물은 아이들의 사행심만 부추기는 역작용을 낳는다”며 “아이가 부모의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시간을 할애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