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과 영국군 수뇌부가 일선의 이라크 포로 성학대를 알고도 묵인, 방조했다는 언론보도가 2일 쏟아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라크포로고문 등의 실태는 지난해 6월부터 연합군 내부와 인권단체 등에 의해 꾸준히 제기됐으나 연합군 수뇌부가 이를 무시, 은폐해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학대받은 포로들의 구체적인 증언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라크는 물론 아랍권 전체가 분노에 휩싸이면서 보복 테러및 전쟁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조직적 은폐시도〓아브 그라이브 수용소 책임자인 재니스 카핀스키 준장은 <뉴스위크> 최신호(10일자)에서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는 처음부터 군지휘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카핀스키 준장은 “이라크 미군의 구금체제는 이미 전반적으로 고장이 나 있었으나 군 지휘부는 내 호소를 무시해버렸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2일 지난해 여름부터 이라크 주둔 미·영 연합군 내부와 인권단체, 언론 등이 이라크 포로 성추행과 고문 사실을 꾸준히 제기해왔으나, 연합군 수뇌부가 이를 무시, 은폐해왔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지난해부터 포로로 수감됐다 풀려난 이라크인들이 교도소에서 겪은 폭행을 고발하기 시작했으며, 이라크내에서는 이같은 소문이 널리 퍼져있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증언들〓지난해 10월 체포돼 아브 그라이브 수용소에 수감됐던 디아 알 쉬웨리(30)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간적인 치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메흐디 민병대 요원이었던 그는 체포직후 미군은 옷을 벗으라고 요구한 뒤 알몸상태에서 두건을 씌운 뒤 갖가지 모욕을 줬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11월 무장폭도로 오인돼 미군에 체포됐던 알자지라 기자 살라 하산(33)도 최근 <네이션>지와의 인터뷰에서 11시간동안 나체로 서있다가 쓰러지자 군인들이 자신을 발로 찼다고 밝혔다.
◇아랍권의 분노 폭발〓미군과 영국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가 알려지면서 이라크내에서는 물론 아랍권 전체가 분노하고 있다. 이라크 이슬람학자협회는 2일 “이라크인에 대한 학대는 아브 그라이브 수용소뿐만 아니라 다른 수용소에서도 광범히 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 전쟁범죄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파키스탄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의 이슬람교도 들도 이번 사건은 이슬람에 대한 서방인들의 비열한 행동이라며 미군과 영국군의 즉각 철수를 요구하는 등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