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의 한국 지사 또는 현지법인의 대표·임원들이 잇따라 본사의 중역으로 발탁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지사에서 본사의 외국인을 사장으로 ‘수입’해온 것과 반대로 한국인 최고경영자(CEO)들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인 경영자의 우수성과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글로벌 기업들이 인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들은 한국 지사의 성장 비결과 전략을 이들 임원을 통해 전 세계 시장 개척에 적용하려 하고 있다.
올림푸스 한국의 방일석(41) 대표는 지난 1일 올림푸스의 아시아지역 영상사업부 총괄사장에 선임됐다. 일본을 제외한 중국·홍콩·싱가포르.중동 등 54개국을 담당한다. 영상사업부는 디지털 카메라 및 녹음기를 판매하는 올림푸스의 주력 부문이다. 방대표는 또 지난해 말 올림푸스 중국법인 부회장도 맡았다. 방대표는 “한국시장에서의 마케팅 기법을 다른 국가에도 활용하겠다”며 “한국의 디지털 카메라 TV광고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10여개국에 똑같이 방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본사 부사장에 임명된 모토로라 박재하(59) 대표는 자신의 승진에 대해 “본사에서 보는 한국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대표는 “한국에서의 기술 개발 경험을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영컨설팅사 베인앤컴퍼니의 이성용(43)·신정원(43) 공동 대표도 지난 1월 미국 본사의 글로벌 디렉터로 승진했다. 또 이대표는 아시아 금융분야 공동대표를, 신대표는 아시아 텔레콤 분야 공동대표를 함께 맡았다. 이대표는 “최근 모바일 사업분야에선 한국의 컨설팅 기법을 해외기업들이 배워가고 있다”며 “한국의 금융·IT사업 방식에 해외에서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BMW코리아 김효준(47)대표는 지난해 7월 BMW그룹 본사 임원(Senior Executive)으로 발탁됐다. 동양인이 이 회사의 본사 임원에 뽑힌 것은 처음이다. 2002년 본사에서 16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종합평가에서 BMW코리아가 1등을 차지하는 등 한국 지사를 크게 키운 공을 인정받은 것. BMW코리아 관계자는 “사실 본사에서 한국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되었다”며 “최근에는 한국을 착실한 발전을 하는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 컨설팅사 매킨지 서울사무소의 최정규(38)디렉터도 지난해 6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본사 디렉터에 뽑혔다. 최디렉터는 승진과 함께 전 세계 신흥시장(이머징 마켓)의 금융총괄 담당과 매킨지의 임원 승진 평가위원도 동시에 맡았다.
최디렉터는 “최근 아랍국가들의 금융산업구조 개편을 컨설팅하는 과정에서 한국 금융 구조조정의 사례를 적용하고 있다”며 “동남아 국가들도 한국 모델을 많이 참조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