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쿠데타로 등장-3·12 자충수-4·19에 은퇴선언
5·16 군사쿠데타의 주역이었던 김종필 자민련 총재(사진)가 ‘3·12 의회쿠데타’의 후폭풍에 휘말려 정치생활 43년을 마감했다. 60·70년대 몇 차례 ‘자의반 타의반’으로 정계를 잠시 떠난 일이 있지만, 이번에는 총선으로 드러난 국민의 힘에 밀려 정계를 완전 은퇴했다.
김총재는 19일 오전 서울 마포 자민련 당사에서 김학원 원내총무 등 총선 당선자 4명과 함께 총선 평가회의를 한 뒤 “오늘로 총재직을 내놓고 정계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김총재는 “패전의 장이 무슨 할말이 있겠느냐, 다 내가 부덕한 탓으로 알고 국민의 선택에 조건없이 승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일찍 떠날 수도 있었지만 뭔가 세워놓고 떠나려고 욕심을 부린 모양”이라며 “43년간 정계에 몸 담으며 내 나름대로는 완전 연소해 재가 되도록 탔다”고 감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상은 변했다”며 “노병은 죽지는 않지만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총재는 35살이던 지난 1961년 처삼촌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쿠데타에 가담한 뒤, 63년 6대 국회부터 9선을 쌓았다. 79년 신군부의 등장으로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당하기도 했으나, 신민주공화당 창당(1987년), 3당합당(1990년), 민자당 탈당 및 자유민주연합 창당(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공조(1997년) 등을 통해 ‘3김’ 가운데 마지막까지 현실정치의 한자리를 차지해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각각 국무총리를 지냈다.
김총재의 은퇴로 구심점을 잃게 된 자민련은 이달 중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