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투자 대신 현금만 쌓는다=
삼성경제연구소가 7일 국내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들의 현금비중(총자산 중 현금 및 3개월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99년 4.7%에서 작년엔 7.8%로 급증했다. 반면 설비투자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유형자산증가율은 지난 99년 12.3%나 됐지만, 작년에는 0.5%에 그쳤다. 기업들은 내부에 수천억~수조원의 현금을 쌓아두면서, 신사업 창출이나 설비투자는 외면하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 등에 더 신경쓰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이번 총선으로 반재벌 성향의 정당이 원내로 대거 진출하고 집단소송제 등이 활성화될 가능성을 우려, 더욱 몸을 사리고 있다.
◆이대로 가면 외국기업에 백전백패=
삼성경제연구소가 삼성전자·현대차·포스코·LG화학 등 20개 국내기업과 IBM·인텔·GE·노키아 등 25개 해외기업의 지난해 재무지표를 비교한 결과, 한국기업은 수익성(영업이익률과 매출액순이익률)에서만 다소 앞섰을 뿐 성장성·부채비율·R&D(연구개발)투자·시장가치 등에서 모두 뒤졌다. 한국기업들은 IMF 이후 “부채비율을 줄여라”는 금융당국의 강박적 독려 때문에 남아도는 현금을 설비투자 대신 빚 갚는 데만 사용, 이제 부채비율이 91%로 낮아졌다. 해외기업의 평균 3분의 1 수준이다. 반면 매출액 대비 R&D투자 비율은 한국이 2.8%인 반면, 해외는 2배인 5.5%나 됐다.
◆기업가 정신의 회복이 시급하다=
재계는 기업가 정신을 빨리 되살리지 않으면 한국경제의 장래가 어두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전경련은 우선 반기업정서의 해소가 관건이라고 판단, 민관합동으로 시장경제교육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다양한 시장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재계 일각에서는 오는 10월25일(십이오)을 ‘CEO의 날’로 지정하는 등 기업인을 격려하는 모임을 추진하고 있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무엇보다 돈 있는 사람을 무조건 매도하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라며 “기업인은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해 선발된 대표선수로 격려해 주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