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 상장·등록 기업들이 경기침체의 여파로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521개 상장사들의 지난해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과 영업이익이 함께 감소하면서 순이익이 전년보다 30% 줄어든 18조2609억원에 그쳤다. 제조업과 금융업 간의 실적 차이가 두드러진 가운데 제조업종별·기업규모별로 실적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
제조업은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서도 순이익은 전년보다 6.5% 늘어나 사상 최대규모인 25조2512억원을 기록했다. 장사를 얼마나 실속있게 했는지를 나타내는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도 1000원당 88원으로 지난해(80원)를 크게 앞질렀다. 또 제조업의 부채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100% 아래로 떨어졌다. 투자 축소와 긴축 경영을 통해 현금을 대량 확보한 결과다. 부채비율이 낮은 게 반드시 좋은 현상은 아니지만 어쨌든 재무구조는 튼튼해졌다.
업종별로 음지와 양지의 격차는 확연해졌다. 세계경기의 회복세를 타고 철강·조선·자동차 등 주력 수출업체들이 호조를 보였고, 관련 업종인 건설업·운수장비업·철강금속업·화학업 등의 실적도 좋아졌다.
내수 침체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금융업은 6조9904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LG카드는 5조5000여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상장사 전체의 순이익을 큰 폭으로 끌어내렸다.
코스닥의 경우 12월 결산 767개 등록법인의 매출액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순이익은 25.4% 줄어들었다.
10대그룹 실적 ‘짭짤’
10대 그룹에 속한 회사들은 비교적 짭짤한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그룹의 지난해 매출액은 189조5694억원으로 2002년보다 9.6% 감소했지만 순이익은 12조9617억원으로 6.5% 증가했다.
이처럼 매출이 줄어들었는 데도 수익이 개선된 것은 내수가 전반적으로 부진했지만 수출이 크게 늘어난데다 기업들이 수익성 위주의 ‘알뜰‘ 경영을 했기 때문이다. 한편 LG그룹은 계열사간 합병 및 기업분할 등으로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