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민영방송 <채널 4>가 그동안 금기시돼온 낙태장면과 낙태된 태아의 모습을 방영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인 <옵서버>인터넷판이 4일 보도했다.
<채널4>는 이달말께 ‘나의 태아(My Foetus)’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임신 4주째의 임신부가 ‘진공펌프’를 이용해 낙태 시술을 받는 모습과 함께 얼굴과 팔다리 등이 모두 생긴 임신 10주째와 21주째에 각각 낙태된 태아의 모습을 방송할 계획이다.
영국에서는 매년 18만건 이상의 낙태가 행해지고 매우 일반적이며 안전한 의료행위로 인식돼 있으나 낙태는 TV 방송에서 금기시되고 있는 몇 남지 않은 주제 중 하나이다.
<채널4>는 이 프로그램에서 낙태 찬반측 사이에서 벌어지는 싸움에 대한 폭넓은 논쟁의 맥락 속에서만 이 낙태 영상들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방송은 또 이 프로그램의 민감성을 고려해 오후 11시에 경고문과 함께 방송할 예정이며 방송 말미에 방송 내용으로 인해 충격받은 사람들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전화번호도 안내할 방침이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민간 제작자인 줄리아 블랙은 “임신 10주와 11주, 21주 된 낙태 태아의 영상을 프로그램에 포함시킨 것은 이들 장면이 충격적이고 불쾌감을 주며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현실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태아는 임신 10주 이후부터는 작은 아기처럼 보인다”며 “우리가 낙태는 잠재적인 인간을 죽이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런 것을 본다고 그렇게 충격을 받을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21살 때 낙태를 한 경험이 있는 블랙은 34살에 딸을 낳은 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미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진정한 토론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낙태옹호 단체인 BPAS의 앤 프레디 대표는 “낙태를 요구하는 여성들이 낙태에 대해 모른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환영했으나 가톨릭교회측에서는 “낙태장면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든 용납하기 어렵다”며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