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의 삼성전자 전자레인지 공장이 곧 문을 닫는다. 전자레인지 사업팀 본부가 말레이시아 셀렘방으로 옮겨가면서 국내 생산라인을 폐기하게 된 것. 지난 79년 공장 가동을 시작해 25년만이다.
일자리 창출의 근원지인 대규모 공장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전국의 공장을 조사한 결과, 300인 이상을 고용하는 대규모 공장은 지난 2001년 12월 2026개에서 지난해 12월엔 1617개로 2년사이 409개가 줄어들었다. 이틀에 한개 꼴로 줄어든 셈이다. 같은 기간 중규모 공장(50명~300명 이하 고용) 공장은 83개가 늘어 50명 이상 공장이 전체적으로 326여개가 사라졌고 수만개의 일자리도 잃어버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제조업 취업자수는 6만2000여명(2001년 425만7000명 2003년 420만5000명)이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중 50명 미만의 소규모 영세공장이 1만3343개가 늘어나면서 13~15만명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진 점을 감안할 때 50인 이상 공장에서는 20만개 안팎의 일자리가 공장 폐쇄 등으로 없어진 셈이다.
더구나 올들어 오랜 내수침체에 원자재 가격 폭등까지 겹쳐 폐업하는 공장들이 속출하고 있다. 중견업체인 금강화섬은 지난 25일 경영악화로 구미 공장내 15개 폴리에스테르 원사 생산라인의 조업을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다. 대한화섬도 원료가격 상승과 내수 부진, 중국의 저가물량 공세 등으로 울산공장내 폴리에스테르 단섬유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했다.
일자리 감소는 고용효과가 큰 대기업의 해외이전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불리는 LCD(액정표시장치)산업의 경우 최근 LG화학, 금호전기, 나노하이텍, 코미코 등 국내 10여개의 LCD 소재 업체들이 중국에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중국의 비오이그룹이 베이징에 40만평 규모로 조성하는 ‘LCD 단지’에 입주하기 위해서다. 대규모 공장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50인 미만 소규모 공장들이 메우는 추세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원가절감과 구조조정 차원에서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면 고용불안 등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기업에게 노사문제 등 비경제적인 장벽과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