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는 전용선로에서만 시속 300km로 달리고, 나머지 선로에서는 새마을호 정도의 속도만 낸다. 기존선로는 시속 300km 속도를 소화할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똑같은 현상이 유로스타에서도 발견된다. 프랑스와 도버해협을 관통하는 지하터널에는 TGV 전용선로가 깔려 있어 유로스타는 시속 300km가 넘는 속도로 달리지만, 아시포드 이후의 영국 땅으로 올라가면 기존의 선로를 달리기 때문에 시속 100여km의 속도밖에 내지 못한다.
■KTX는 완전개통이 아닌 부분개통을 한다. 경부고속철도는 서울-시흥 간과 대전 조차장-옥천 간, 신동-부산 간은 아직 전용선로를 건설하지 못했고, 호남고속전철은 기존의 호남선을 전철화해 KTX를 투입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KTX는 서울-부산을 2시간 40분에 주파한다. 그러나 전용선로가 완성되면 1시간 56분으로 줄어든다. 서울에서 목포까지는 2시간 58분이 소요된다.
■KTX 개통은 한국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그 대답은 1964년 도쿄-오사카를 잇는 도카이도 신칸센을 개통함으로써 세계 최초로 고속철 시대를 연 일본에서 찾아보는 게 좋다. 신칸센 개통으로 6시간 50분(특급) 걸리던 도쿄-오사카 간이 3시간 10분으로 줄어들었다.
그로부터 5년 후인 1969년 이 신칸센을 이용하는 승객 비율이 전체 철도 여객의 66%에 이르렀다. 도쿄-오사카 간은 일본에서 가장 이용객이 많은 노선이라고 하지만 일본 정부 관계자들도 이렇게 폭증할 줄은 몰랐다.
그후 신칸센이 서는 역을 중심으로 반경 100km 지역을 연결해주는 지하철 등 지선철도망과 버스망이 구축되었다. 일본은 신칸센 정차역을 중심으로 사람과 산업이 밀집하는 ‘마디형’ 구조로 개편된 것이다.
서울-부산 축선은 도쿄-오사카보다 더 높은 전 인구의 73%, 지역생산의 70% 정도가 밀집해 있는 ‘한국에서 가장 바쁜 지역’이다. 따라서 KTX 노선은 신칸센보다 짧은 시간에 가장 매출이 많을 뿐만 아니라 철도청의 만성적자까지도 해결해주는 ‘효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도시 철도망 비약적 발전 계기
KTX 운행이 본격화되면 천안아산, 대전, 동대구 등 정차역은 일본에서처럼 반경 100km 지역을 이어주는 지선교통망의 축이 된다. KTX의 개통은 빈약한 지방도시의 지선철도망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KTX 개통은 정차역을 복합 콤플렉스로 만들 전망이다. 파리와 도쿄 등 대도시의 고속전철역은 지하철 등 지선철도는 물론이고 쇼핑센터와 호텔 극장 등을 포괄한 지역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그동안 ‘역’으로서의 단일 기능만을 위해 존재해온 한국의 기차역 또한 KTX 개통을 계기로 복합 콤플렉스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KTX 정차역은 교통과 문화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고속철 시대는 당분간 한국을 더욱 바쁘게 만들 것이다. 용산역과 천안아산역, 그리고 대전역 일대는 미군기지 이전과 신행정수도 건설 등과 맞물려 땅값이 초고속 상승하는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고속철이 정착된 일본과 프랑스 독일에서는 부동산 투기도 없이 차분하기만 한다. 고속철도 개통은 차분하면서도 성숙된 문화로 가기 위한 한국 사회의 ‘마지막 잰걸음’이 될 것이다.
주간동아
■ 고속철(KTX) 제원
◇총 길이: 388m
◇총 중량: 771.2 톤
◇편성: 총 20량(동력차 2량, 특실 4량, 일반실 14량)
◇동력: 1만3,560kw(1만8,200마력)
◇운행최고속도: 300km/h
◇안전한도속도: 330km/h
◇가속성능: 정지상태에서 300km/h까지 6분 8초
◇운행소요시간(서울 기점):
대전 49분, 대구 1시간 39분,
광주 2시간 37분, 부산 2시간40분
◇열차 가격: 20량 1편성 약 386억원
◇좌석수: 특실 127석 일반실 808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