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대통령권한대행 체제가 22일로 열흘째를 넘겼다. “처음에는 눈앞이 캄캄했다”고 했던 고대행이지만, 열흘의 경험을 거치며 차츰 국정 관리에 안정감을 찾고 있다. 초반 위기관리에 전념하던 데서 일상적 국정현안 처리 쪽으로 일정상의 무게 중심도 옮겨가고 있다.
물론 과도적 관리자로서의 행보는 계속 강조되고 있다.
지난 19일 저녁 각계원로 만찬에 이어 22일엔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만찬간담회를 여는 등 대행 체제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의견수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23일 경제관련 단체장 초청 오찬간담회에 이어, 25일에는 국가 원수 자격으로 청와대에서 타이 등 5개국 주한외국대사 신임장도 제정한다.
실질적인 업무에선 일반 행정 관리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안보 불안 해소와 대외신인도 제고 등에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판단에서다. 24일 그의 일정표는 호남선 복선전철 준공 및 고속열차 개통식 참석과 모범예비군 신고식, 서민·중산층 안정대책 추진상황 점검회의 등 민생 관련 업무들로 빡빡하게 짜여졌다. 23일 환경부를 시작으로 각 부처 업무보고도 재개된다. 대행 자격으로 받는 보고지만, 일상적 정부 행정의 복원이라는 측면에 방점이 찍힌다.
‘정치권과의 거리두기’라는 변함없는 원칙도 거듭 확인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주도한 사면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확실시되는 데다, 강금실 장관과 문재인 전 청와대 수석의 만남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다. 야권의 ‘구애’에 연연해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고대행이 정치색 없는 행정에 주력하는 것은 청와대의 ‘사라지지 않은 권력’을 의식한 때문이라는 풀이도 여전히 유효하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일부 위원과 직원의 ‘탄핵규탄 선언’에 대한 특감을 감사원에 요청한 것도 대통령 직속기구에 대한 직접 개입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