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308m 잠수 기록을 가진 세계 최고의 테크니컬 스쿠버다이버가 우리 서해에서 잠수 도중 사라졌다.
‘물고기 인간’ 존 베넷(44·영국). 2001년 필리핀 푸에르토갈레라에서 인간의 잠수 한계점으로 알려진 1000피트(305m)보다 3m를 더 내려가 세계기록을 세웠던 사람이다.
실종 장소는 전북 부안군 상왕등도 인근 앞바다. 지난달 침몰한 파나마 선적 화물선 듀리(Dury·5000t급)호의 기름 유출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 15일 동료인 로널드 로스(네덜란드)와 함께 물속에 들어갔다가 실종됐다. 당시 해저까지의 깊이는 64m, 침몰 선박 갑판까지의 깊이는 45m 정도. 이들은 국내 잠수 관련 회사의 요청으로 일정 보수를 받고 입국했다.
로스에 따르면 두 사람은 침몰 선박에 있던 벙커C유의 유출 여부를 30여분 동안 함께 조사했다. 로스는 “작업 후 수면 위로 올라가자는 신호를 주고받은 뒤 먼저 올라가고 있었다. 아래에서 뒤따라 올라오는 그의 공기거품이 계속 올라오다가 어느 순간 끊겼다”고 말했다.
로스는 또 “그가 작업 중 수신호를 주고받을 때 평소와는 좀 다른 행동을 한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설마 저런 베테랑한테 이상이 있겠나’싶어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잠수 관계자들은 베넷이 사흘이 지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일단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랜 심해 잠수생활로 인한 갑작스러운 이상증세로 정신을 잃은 뒤 숨졌을 것이란 추정이다.
해경과 전문 다이버들은 사고 직후 사흘째 바다 속을 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현장의 파도가 심하고 해저의 물살도 강한 데다 물속 시계도 2m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한편 베넷의 308m 잠수기록은 지난해 12월 깨졌다. 테크니컬 다이빙 트레이너인 마크 엘야트(영국)가 태국의 푸켓에서 313m 잠수에 성공하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