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사진)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심판 과정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심리일정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많기 때문에 총선 이전에 심리를 마무리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12일 탄핵 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헌재는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의결서를 접수한 후 2시간 만에 청와대,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법무부 등 관계기관에 의견서를 발송했다. 일반 사건의 경우 관련기관의 의견을 묻는 답변 요청서를 발송하는 데 보통 2,3일이 걸린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9명의 재판관이 참여해 의견을 교환하는 평의도 18일로 앞당겨 잡았을 뿐 아니라, 탄핵에 대한 법률적 자료들을 검토할 연구전담반도 꾸렸다.
그러나 국민적 요구나 헌재의 의지와 달리, 탄핵 심판과정이 빠르고 원활하게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형사 재판일정은 재판부 뿐 아니라, 피고인과 변호인, 검사 중 한쪽이라도 비협조적이면 신속한 진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헌재가 국회와 노대통령 양측에 신속한 자료 제출 및 출석 등을 요청한다고 해도 양측이 적극 협조하지 않을 경우 심리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4·15 총선’이라는 마지노선을 두고 국회와 노대통령측은 헌재 결정시기에 대한‘정치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고, 이는 탄핵 심판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일단 야당은 탄핵이 기각됐을 경우 부메랑으로 돌아올 정치적 악재를 최소화 하기 위해 총선 이후로 결정을 늦추려 할 가능성이 높다. 노대통령측도 기각을 자신하고는 있지만, 이 참에 총선결과와 재신임 연계 발언에 대한 부담감 등을 떨칠 수 있다는 점에서 굳이 총선 이전으로 결정을 앞당기기 위해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대통령의 추가 위법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를 탄핵사유에 덧붙일 수 있는 지 여부나, 총선 이후 검사 역할을 맡는 국회 법사위원장이 열린우리당 의원으로 바뀔 경우 소추권이 어떻게 유지 될 수 있는 지 등 각 변수에 대한 어려운 법적 판단도 헌재의 조속한 결정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노대통령이 파면이냐 아니냐’는 흑백 판단뿐 아니라, 최초의 ‘탄핵 판례’를 완벽하게 내놓기 위해 최고 법률기관의 자존심을 걸고 법리적 황무지를 개척해야 하는 것도 헌재로서는 부담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