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민주당에 휘몰아친 여론의 역풍이 16일 현역 의원 탈당으로 번졌다.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탈당 행렬도 이어졌다.
탄핵안이 거론될 때부터 줄곧 반대 의견을 밝혀온 조성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조의원은 “민주당이 탄핵안 가결을 주도함으로써 지난 50년 동안 독재세력과 군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온 민주당원의 명예와 자존심은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며 “80년 광주의 5월을 잊지 못하는 저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는 한나라당과의 충격적인 공조에 더 이상 몸담을 수 없어 당을 떠난다”고 밝혔다. 조의원은 열린우리당 입당 가능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심하겠다”고 말해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조의원의 탈당이 다른 의원들의 후속 탈당으로 이어질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다만, 탄핵안에 반대한 설훈·정범구·박종완 의원 등은 어떤 형태로든 ‘후속행동’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탄핵안에 가장 강하게 반대해 온 설 의원은 탈당 여부를 2~3일쯤 더 고민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원은 “죽으나 사나 배가 가라앉을때까지 당의 정체성 회복과 조순형 대표의 퇴진 등 쇄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당내투쟁’ 의지를 내비쳤다.
전날 쇄신파 모임에 참여한 전갑길·배기운 의원 등은 “지도부의 노선이 잘못됐고 죽는 길이라는 것을 뻔히 알지만 선거를 코앞에 두고 탈당은 어렵다. 장렬히 산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도부는 여전히 강경대응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조대표는 이날 서울지역확대당직자회의에서 “몇몇 동지가 지레 겁먹고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며 “당이 좋을 때 당에서 이득을 보던 책임회피자들의 사퇴 요구엔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조대표는 “탄핵의 참뜻을 이해 못하는 국민이 탄핵을 반대한다”며 탄핵안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추미애 상임위원도 “무엇이 옳은지가 아니라 무엇이 인기 있는지만 보는 시대가 왔다”며 탄핵안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김경재 상임위원도 “정 견디기 어려우면 그들 나름의 방법을 찾기 바란다”며 ‘떠날테면 떠나라’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이날도 민주당 소속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졌다. 김종식 광주 서구청장이 탄핵안 가결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탈당했다. 하승완 전남 보성군수와 김종식 완도군수도 이번 주말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입당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무소속인 민화식 해남군수와 진종근 고흥군수도 열린우리당 입당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정현애 광주시의회 부의장, 심정수 충남도의의원, 최인식 울산 울주군의원 등이 이날 민주당을 탈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