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박에 ‘재갈 물린다’ 협박… 미국 ‘오만한 유감’ 표명
이라크 주둔 미군이 폭발물 의심물질 소지 혐의로 KBS 취재진 3명을 억류했다가 4시간 만에 풀어줘 물의를 빚고 있다. 또한 이번 사건에 대해 미국은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여전히 미군의 과잉대응은 없었으며 절차에 하자가 없었음을 강조해 미온적 태도로 일관, 분노를 증폭시키고 있다.
바그다드 소재 팔레스타인 호텔 경비를 맡은 미군은 6일 오후 4시30분쯤 KBS 취재진 3명을 검문하던 중 폭발물 탐지견이 취재진의 가방 옆에 앉자 이들의 손을 뒤로 묶어 억류했다.
소식을 들은 임홍재 주이라크 대사가 기자들의 신원을 확인해주고 석방을 요구했지만 “규정상 정밀조사를 해야 한다”면서 이들을 차량으로 30분쯤 떨어진 사령부로 압송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대사관 직원이 취재진의 결박을 풀어달라고 미군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취재진은 결국 정밀조사 뒤 오후 8시30분쯤에야 풀려났다.
억류됐던 정창준 기자에 따르면 미군들은 뒷덜미를 잡고 밀치기도 했으며, 이에 “따라갈테니 밀지 말라”고 하자 “한마디만 더하면 재갈을 물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또 미군은 연행뒤 곧바로 조사도 하지 않고 근무교대 시간이 끝날 때까지 초소 옆에 꿇어 앉혀 놓는 등 미군들의 편의대로 행동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무부는 8일 KBS 기자 억류 사건과 관련해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 기자들에게 어떤 불편이 있었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무부는 그러나 “기자들의 짐이 폭탄수색견의 주의를 끌었다”며 “표준적인 작전절차에 따라 그 기자들은 외딴 곳으로 격리됐다”고 밝혀 미군들의 대응절차가 정당했음을 강조했다.
국무부는 또 “3시간 뒤 추가 조사로 별 이상이 없음이 밝혀진 뒤 그 기자들은 그들의 일을 계속하도록 허용됐다”며 “우리는 이라크에서 안전을 매우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고 말해 재차 미군의 과잉 대응에 대해 하자가 없음을 강변했다.
미국 국무부의 이번 유감 표명은 미국의 오만함이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히 드러낸 대표적 사례로, 앞으로 한미관계 악화의 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 중론이다.

▲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주둔 미군에 의해 6일 폭발물질 소지 혐의로 체포돼 뒤로 결박당한 KBS 취재진 중 한 사람(왼쪽 끝)이 미군의 감시 아래 모처로 이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