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4일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합법적인 여윳돈이 없어 십수억원 썼다”며 사실상 불법자금 사용을 고백함에 따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미 불법 경선자금 수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인 한화갑 민주당 전 대표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노대통령,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경선자금도 수사하라”는 야당의 주장에 상당한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대통령 회견 후 청와대측은 “노대통령이 당시 민주당 부산 북·강서을 위원장으로서 선관위에 신고한 후원금 지출액은 2001년 1억2357만원, 2002년 5억7880만원”이라고 밝혔다. 정치인의 연간 후원금 한도액이 선거가 없는 해(2001년)는 3억원, 선거가 있는 해(2002년)는 6억원인 정치자금법 규정에 맞춰 신고한 액수다. 2년 동안의 후원금을 모두 경선자금에만 썼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해도 합법 자금은 7억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노대통령이 이제 “경선자금에 십수억원을 썼다”고 고백한 만큼 그 차액인 최소 3억원은 불법 자금이 확실한 셈이다.
민주당 장전형 수석 부대변인은 “노대통령 본인이 불법을 시인한 만큼 어느 기업에서 얼마를 받았고, 어디에 썼는지 검찰이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노대통령과 함께 경선을 완주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경선자금도 수사해야 한다”고 즉각 공세에 나섰다.
현재까지 ‘십수억’ 중 출처가 드러난 것은 노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가 대우건설로부터 영수증 처리없이 받은 5000만원, 썬앤문 그룹의 문병욱 회장이 2002년 2월 합법적으로 지원한 5000만원 등 1억원뿐이다.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3월9일부터 4월28일까지 8주간 주말마다 16개 시·도를 순회하며 진행됐으며, 노대통령과 정동영 의장 두 사람만이 끝까지 완주했다. 한화갑 전 대표는 2주 만에 대선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는데, 당시 SK 4억원, 하이테크 하우징 6억원 등 불법 자금을 받은 사실이 검찰수사에서 드러나 이 중 SK 4억원에 대해 법원 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정의장은 당시 제주 첫 경선 6일 전 기자회견에서 “기탁금 2억5000만원을 포함해 3억3000만원을 썼다”고 밝혔으며 이후 경선자금 지출 내역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