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하는 야간 학습은 한국에서 당연한 일(par for the course)이 돼 오랜 고액 과외가 대학진학에 결정적이라고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젊은이들은 과로에 시달리고 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에 따른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3일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날 경제섹션 화제기사로 한국내 과외 열풍을 소개하면서 4살 짜리 아이가 엄마와 함께 서점에서 영어판 그림책을 보며 시간을 함께 하는 모습을 포착한 ‘조기 출발’ 제목의 사진을 함께 실어 왜곡된 한국의 교육 현실을 꼬집었다.
다음은 <타임스> 기사의 요약.
『17세 소년 양동민 군은 졸음이 몰려와 앞에 펴놓은 책 위로 고개를 떨군다.
지금 시간은 밤 9시. 집에 가려면 아직 두 시간이 남았다. 옆에 앉은 같은 또래들도 과외교사가 칠판에 영어 단어를 적는 동안 잠을 쫓기 위해 애쓰고 있다. 양군과 또래는 대학입시를 겨냥해 학원에 다니는 한국의 학생 80% 가운데 일부다.
한국의 교육열은 과거 반세기 동안 급속한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돼왔고 전세계에서 가장 교육 수준이 높은 노동력을 배출해 왔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강박관념은 이제 통제불능이 됐고 어린이들까지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가족들은 고액 과외비에 압박을 받고 있다. 정부는 1월 110억달러 규모에 이른 학원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의 일환으로 밤 10시 이후 모든 교습행위를 불법화할 계획을 발표했다.
1주에 나흘을 방과후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는 양군은 “피곤하고 공부시간에 졸립지만 한국에서는 교육이 중요해 부모들은 내게 공부하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그의 학원비는 1주일에 280달러.
두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학부모 이숙 씨는 “가계수입의 절반이 교육비로 나간다. 휴일도 없고 인생의 모든 면에서 우리는 우리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희생한다”고 말했다.
양군이 다니는 학원의 이항수 부원장은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양분돼 “학원에 다니지않는 20% 학생들은 공부를 따라갈 수 없는 학생과 학원 공부가 필요 없을 만큼 똑똑한 학생으로 나뉘어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교육은 원만한 개인을 만들기위해 가르치지만 학원은 대학입시를 통과하도록 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지위에 대한 의식이 강한 한국에서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일이 성공에 이르는 길로 인식된다. 매년 대입수능 고사일이 되면 입시생들을 위해 출근시간이 1시간 정도 늦춰지고 수험생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공항도 항공기의 이착륙이 제한된다.
교육에 대한 과도한 열풍과 관련해 어느 학부모는 “아이들이 운동하고 재밌게 놀 시간이 없다. 늘 공부만 하느라 점점 살만 찌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정봉섭 교육인적자원부 학교정책기획팀장은 학원식 교수법은 국제화시대가 요구하는 기술들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대학이 한국에서 성공에 이르는 길로 남는한 부모들은 자녀들을 야간 과외에 보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