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기업들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올해 평균 환율을 달러당 1200원선으로 예상했던 상당수 기업들의 올해 경영계획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고, 1100원선 안팎에서 경영계획을 짰던 기업들도 불어나는 환차손으로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과의 가격경쟁 속에서 어렵게 채산성을 맞추어 온 중소 수출기업들이다. 교육용 완구를 수출하는 한립토이스 소재규 사장은 “올해 수출 계획은 환율을 1200원으로 설정해 짠 것”이라며 “가뜩이나 수출시장에서 중국산에 밀리는 입장이었는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들과 달리 환위험 관리를 하는 곳은 4곳 가운데 1곳 정도에 불과해 어려움이 더욱 크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관계자는 “그나마 형편이 괜찮던 중소 수출기업들까지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며 “게다가 싼 이자를 보고 엔화를 차입한 기업들은 최근 엔화 강세로 상환액이 불어나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기준환율을 달러당 1100원으로 잡아 사업계획을 짜기는 했으나 삼성전자는 환율 하락세의 장기화에 대비해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생산원가 절감, 수출 다변화, 사업구조조정 노력을 지속하고 장기적으로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도 추진할 방침이다.
올해 환율을 1110원으로 잡은 엘지전자도 ‘환리스크 제로’라는 목표 아래 유로화 결제 비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외화예금 및 매출채권을 없애는 등의 대책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는 역시 올해 환율을 1100원선으로 예상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한 터라 아직은 여유가 있는 편이다. 섬유업계도 급속한 환율 하락에 따라 계약분을 조기에 선적하거나, 선수금을 받고 수출을 하는 등의 대응책을 세우고 있다.
한편 외화 차입액이 많거나 수입원자재 사용 비중이 높은 일부 기업들은 환율 하락을 반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