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공정한 보도를 자랑하던 영국 BBC방송이 민영화 및 구조조정을 겪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15일 <선데이타임스>는 “영국 정부가 <BBC>에 대한 민영화를 추진하며 구조조정 및 회사계열분리를 단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지난달 말 이라크 대량살상무기를 둘러싼 정보조작의혹을 제기했다 영국 독립조사위원회로부터 오보로 판정받아 곤란을 겪고 있다.
이 신문은 “이번에 제기된 민영화계획을 담은 서류를 입수했다”며 “이 서류에는 <BBC>의 TV 및 라디오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지부로 분할 관리하고 <BBC>의 보도내용을 사전에 검열하는 정부기능이 강화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제안이 실현되면 <BBC>의 회장은 영국정부에 의해 추천돼 여왕이 임명하게 되고 이사장 역시 이사회가 임명하는 형식이 된다. 이사회는 매년 7월에 의회에 하는 연차보고를 통해 예산심의를 받게 된다. 영국에서는 보도기관으로서 <BBC> 보도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10년에 한번씩 왕실이 제안해 의회가 승인하는 설립허가장을 줄 뿐 별도의 관리나 정부차원의 경영참여는 하지 않고 있다.
<BBC>는 오는 2006년 이 허가장을 받게 되는데 <선데이타임스>가 입수한 서류의 명칭은 ‘설립 허가장 재평가’로 알려져 오랫동안 독립적으로 운영돼 온 <BBC>의 존폐여부를 두고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BBC>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의 전투결과를 거짓없이 보도해 독일의 요제프 괴벨스 선전장관이 장악한 기록뉴스 <도이체 보헨샤우(Deutsche Wochenschau)>와 대조를 보였다. 같은 정부소유 보도기관이지만 <BBC>는 모든 정보를 숨김없이 보낸데 비해 <도이체 보헨샤우>는 전선에서의 패배를 감추는데 급급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