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양 돌리 뛰어넘는 ‘생물학적사건’
당뇨·심장병 등 수년내 치료길 열려 환자에 필요한 세포 추출기술이 과제

국내 과학자들이 세계 최초로 사람의 난자와 체세포를 합쳐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냈다.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12일 황우석 서울대 수의대 교수와 문신용 서울대 의대 교수팀이 인간의 체세포 핵을 난자에 삽입하는 방법으로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암·당뇨병 등 위험한 질병에 약을 투여하는 대신 줄기세포를 손상된 장기에 투입해 거부반응 없이 원래 상태로 복구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줄기세포란 뼈, 뇌, 근육, 피부 등 다양한 신체기관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본 세포를 말한다. 줄기세포에는 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수정란 분열 초기의 줄기세포, 수정후 며칠 뒤 형성된 세포덩어리인 배아가 분열하며 형성한 배아줄기세포, 성숙한 조직·기관에 들어 있는 다기능 줄기세포가 있다.
연구팀이 만들어 낸 것은 이중 배아줄기세포이다. 연구팀은 사람의 체세포 핵을 떼어낸 뒤, 핵을 떼어낸 사람의 난자에 주입하고 전기 자극을 가해 하나로 융합시켰다. 연구팀은 이렇게 융합한 세포를 발육시켜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얻어냈다고 밝혔다. 이번 실험은 한양대 임상시험 윤리위원회가 승인한 10여명의 자발적 난자 제공자로부터 받은 242개의 난자로 이뤄졌다.
인간배아줄기세포를 각종 조직으로 분화시키는 기술이 개발되면 암, 당뇨, 파킨슨병 등 세포이상에서 비롯되는 각종 난치병에 새 치료법을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교수는 “조사 결과 체세포 제공자와 복제된 배아줄기세포의 유전자가 일치했다”며 “환자 자신의 체세포를 이용하면 면역 거부 반응 없이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생명’으로 봐야할 지 논쟁이 적지않은 인간 배아를 사용해 이뤄져, 큰 윤리적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가치는 연간 60조원 의료시장 창출… 한국 바이오 산업 도약 기회
이번 연구결과는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환자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물론 국내 바이오 산업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미래의학의 화두는 단연 줄기세포다. 수술은 단지 손상된 부위를 제거할 수 있고 약물은 손상된 부위의 회복을 일시적으로 도울 뿐 정상 세포 자체를 만들어내진 못한다. 그러나 줄기세포는 손상되고 파괴된 세포를 부모에게 물려받은 그대로 되살려낼 수 있다. 실제 뇌졸중과 심장병·간경변·당뇨 등 대부분의 난치병들은 세포의 손상 때문에 발생한다.
파괴된 세포 대신 거부 반응이 없는 줄기세포를 환부에 이식하거나 혈관으로 주사할 경우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당뇨와 파킨슨병·척수손상 등의 경우 수년 내 바로 임상시험을 거쳐 환자에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암의 경우에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항암 치료로 혈액세포나 면역세포가 파괴된 경우 줄기세포를 이용해 무한정 보충할 수 있게 된다.
줄기세포는 산업 측면에서도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사이언스>는 연간 5백억달러(약 60조원) 이상의 의료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등 선진국이 생명윤리에 위배된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치료용 배아복제 기술을 허용하는 법률을 서둘러 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