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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혁칼럼> - 시간을 살리는 골프채를 휘두릅시다
코리안위클리  2004/02/19, 05:11:11   
아직 겨울의 찬 기운이 미처 물러가지 못했는데, 벌써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저 꽃들이 활짝 피기 전까지 서둘러 따뜻한 봄기운이 와야 할텐데… 시간은 속절없고, 성급하게 꽃망울을 떠뜨리는 벚꽃들을 보면서 어길 수 없는 자연의 섭리를 깨닫습니다.
한번은 프로 골프 선수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많은 운동경기 가운데 왜 골프를 택했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골프 선수의 대답이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해 주었습니다.
그 선수의 대답이 골프는 죽은 공을 살려내는 경기라는 겁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아는 대로 땅에 누워 있는 조그만 공을 때려 멀리 있는 조그만 구멍에 집어넣는 것이 골프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있는 공에 생명을 주어 목표를 이루게 하는 재미, 이 재미 때문에 골프를 좋아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프로 선수가 되었다는 겁니다.
야구나 축구는 살아 있는 공에 변화를 주는 것이 거의 전부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살아 있는 공을 죽이는 일도 자주 일어납니다. 그런데 골프는 반대로 죽은 공을 살리는 경기라는 겁니다. 참 일리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은 공을 살리는 재미에 골프를 한다, 이런 이야기를 쓰고 나니까 생각나는 옛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냇물을 건너다가 한 푼 짜리 엽전을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이 사람은 동네 사람들을 풀어서 그 한 푼 짜리 엽전을 찾아냈다는 겁니다. 그리고는 엽전을 찾아 온 사람에게 두 푼을 사례금으로 주었다는 겁니다. 한 푼을 쓰기 위해서 두 푼을 쓰다니, 그런 어리석은 짓이 어디 있느냐고 누가 질문을 하였습니다.
이 질문에 그 사람은 조용히 이렇게 대답했다는 겁니다. 만일 그 한 푼을 찾지 않으면 그대로 냇물 속에서 녹슬어 없어질 것이지만, 두 푼을 써서라도 찾아내면 그 한 푼은 한 푼대로 계속해서 쓰일 것이고 또 사례금으로 준 두 푼도 자기 손을 떠나기는 했지만 이 세상 어딘가에서 유익하게 사용되고 있을 터이니 모두 좋은 일이 아니냐고 말입니다.
어떤 정치가 한 사람은 죽은 시간을 살리기 위해 주머니 속에 늘 문고본 책을 넣어 가지고 다녔다고 합니다. 회의 시작을 기다리는 시간, 자기 발언 순서를 기다리는 시간, 이런 시간에 그 문고본 책을 읽었다는 겁니다.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도로 활용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정치가들이 이분과 같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랬다면 우리나라 정치가 얼마나 발전했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아는 어느 원로 교수님은 학교에 다닐 때 수업이 끝나면 한 시간씩만 도서관에 더 머물기로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그러니까 도서관의 그 한 시간이 다른 세 시간만큼이나 효과가 있더라는 겁니다. 자기가 교수가 된 것도 결국은 자투리 시간 가운데 얼마를 도서관에서 보낸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이 교수님은 조용히 웃으면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죽은 시간을 살리는 대신에 살아있는 시간을 죽이려 드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휴식 시간의 거의 전부를 유흥장에서 보내는 사람들, 근무 시간의 대부분을 잡담으로 보내는 사람들, 마치 스트라익 존으로 살아 들어오는 공을 제대로 맞춰 생명을 주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야구 선수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그 야구 선수의 옆를 보십시오. 주심의 손이 스트라익 아웃을 선언하려고 마악 오르려 하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시간을 죽이고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젠가는 조물주가 손을 번쩍들어 스트라익 아웃을 선언할 겁니다.
사람이 물론 기계는 아닙니다. 휴식이 필요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휴식은 새로운 창조를 위한 시간이어야 합니다.
우리말로 보통 오락이라고 번역되는 말, 영어로는 레크레이션인데 <다시 창조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말을 <소창>이라고 번역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시 창조하기 위해서 휴식시간을 갖는 것이 아니라, 더욱 피곤해지는 휴식시간을 갖는 사람들이 많으니 이것이 문제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영국에서는 비교적 쉽게 누구나 골프를 즐길 수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골프가 퍽 사치스러운 운동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에게나 골프를 권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죽은 공을 살리는 골프 선수처럼, 의미없는 시간을 의미있게 만드는 생활은 할 수가 있습니다. 죽은 시간을 살리는 일은 누구나 노력하면 할 수 있습니다.
골프공은 골프채에 맞는 아픔을 통해서 생명을 가지고 멀리 날아갑니다.
아프게 맞으면 아프게 맞을 수록 더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더 멀리 날아갑니다.
그저 외형적으로만 생각한다면 우리의 삶처럼 단조로운 것도 없으리라고 생각됩니다. 탄생, 성장, 진학, 취직, 결혼, 노쇠, 사망의 태두리 안에서 맴도는 것이 전부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자칫하면 죽어 버리기 쉬운 의미없는 삶을 살아가기가 쉽습니다.
그런 죽어버린 삶의 의미를 향해 골프채를 휘두릅시다.
시간을 살리는 골프채를 휘두릅시다.


이른 봄 햇살처럼
새벽을 깨우는
맑고 청아한 새소리처럼
꽃잎에 맺힌 이슬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실뿌리마다 길어 올린 수액으로
갓 피어난 노오란 꽃 한송이처럼
수선화 그 떨리는 봄 향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봄날 그 아련한 그리움으로
가난한 이의 영원한 풍경처럼
외로운 이의 아름다운 위안으로
그렇게 그렇게 살고 싶다.


- 김은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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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혁님은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로 있으며, 시인,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인간성으로서의 하나님>, 시집 <작은 꽃 한송이 되고 싶구나>,
<그대가 되고 싶습니다>, <기쁨아 너를 부르면 슬픔이 왜 앞서 오느냐>,
<다시 사랑하고 싶다>와 칼럼집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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